지난 추석에 차례상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중국산이 아닌 우리 농산물로 상을 차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쌀을 제외한 곡물의 자급도가 겨우 5%에 불과하고, 마늘 고추 양파 등은 중국산이 수입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이니 그럴 만도 하다.
농축산물 수입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는 54억 3,52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1%나 늘어났다.
이 추세라면 연말에는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농축산물 적자 규모는 반도체에서 거둔 상반기 무역흑자(52억 755만 달러)를 초과한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팔아 번 돈을 농축산물을 수입하는 데 다 쓰는 셈이다.
농축산물 적자 증가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세계 곡물 가격이 매년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에서 9월에 거래된 밀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올랐고, 옥수수 역시 34.7%가 올랐다.
이 때문에 단일품목으로 수입규모가 가장 큰 옥수수의 국내 수입액도 50%가 늘었다. 옥수수나 밀을 재료로 하는 국내 제품가격이 따라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옥수수를 사료로 쓰는 농가의 피해와 생활물가의 상승이 우려된다. 옥수수의 경우 바이오연료를 개발하는 붐이 세계적으로 일고 있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현실은 우리가 농업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시장 개방이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농업에 대한 관심마저도 소홀해진다면 위험한 일이다. 오히려 전략 산업이라는 적극적 의지를 갖고 경쟁력을 높여 밀물처럼 밀려드는 수입 농산물과 경쟁을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국가적 취약성을 감안하면 유사시에 대비해 세계 곡물 유통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 일찍 눈을 돌려 아시아 곡물 메이저가 된 일본 사례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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