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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지리멸렬'이 없었다면 '살인의 추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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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지리멸렬'이 없었다면 '살인의 추억'도 없다

입력
2007.09.29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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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산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발행ㆍ268쪽ㆍ1만8,000원

대부분 사람들에게 영화는 7,000원을 주고 2시간을 신나게 즐기는 상품이다.

하지만 채 30분이 안 되는 짧은 길이에,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단편영화’라 불리는 이런 영화들이, 우리나라에서 1년에 600편 넘게 제작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책은 그런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2001년부터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단편의 선택’이라는 섹션을 맡아, 1년에 꼬박 석 달씩 단편영화를 보며 밤을 새우는 영화평론가 문학산씨가 그간 쌓은 내공을 담았다.

작은 영화, 독립 영화, 다양성 영화 등으로 불려온 단편영화의 이름에 얽힌 내력부터 현재 한국 단편영화가 안고 있는 쟁점들까지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의 날카로운 분석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필름들이 나름의 층위를 지니고, 미학적 의미에 따라 줄을 서게 된다.

그는 유명 감독들의 작품이 단편작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본다.

예컨대 봉준호 감독의 <지리멸렬> 에서 보이는 블랙코미디 정신은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에서 교수사회의 위선적 태도를 고발하고, <살인의 추억> 에서 공권력의 공백을 조롱하는 씨앗이 된다.

유명 감독들의 단편뿐만 아니라 평단에서 아직 입지를 다지지 못한 영화들, 언론의 관심 밖에 있는 영화들을 모두 불러 내 ▦불안과 억압의 서사 ▦부재와 폭력의 미학 ▦연애와 웃음의 장르라는 한국 단편영화의 세 기둥을 세운다.

저자는 단편영화의 본질을 저예산의 자율성에서 오는 창조적 전복성에 있다고 본다.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 <영창 이야기> 같은 영화에서, 상투성으로의 투항을 거부하는 단편영화의 주제의식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저항정신을 포기할 때, 단편영화는 “열정만 가득한 영화학도의 습작품이거나 마니아들이 거칠게 만든 실패작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1,000만 관객이 보는 영화보다, 때론 1,000명이 발품 팔면서 보는 영화가, 그래서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 말미엔, 꼭 봐야 할 단편영화 50편을 추려 소개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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