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 맥니콜 지음ㆍ박병철 옮김 / 알마 발행ㆍ308쪽ㆍ1만5,000원
가정에 공급되는 전기는 왜 하필 교류일까. 음과 양을 1초에 60번이나 반복하는 교류의 특성 때문에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충전하려면 교류를 직류로 바꿔주는 장치(어댑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휴대용 제품이 직류 전원을 사용하는 탓이다. 만약 가정용 전원이 직류라면 좀 더 편했을 텐데. 도대체 ‘표준’이 뭔지.
전기의 전송 표준, 즉 교류냐 직류냐를 놓고 싸움이 벌어진 것은 19세기 말~20세기 초의 미국이었다.
<표준전쟁> 은 그 싸움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전기 조명의 선구자로 끝까지 직류 전송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던 에디슨이 뛰어난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한 웨스팅하우스의 교류 진영에 무릎을 꿇기까지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표준전쟁>
양 진영 사이에서 승패의 열쇠를 쥔 채 방랑했던 소심한 천재 테슬라 등 전기의 역사를 좌지우지했던 인물들의 성공과 좌절담도 재미를 더한다.
그들의 전쟁은 진흙탕 싸움이었다. 직류 진영은 상대 진영의 단점을 강조하는데 열을 올렸고, 교류 전송방식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잔인하고 비열한 짓을 저질렀다. 수많은 개와 말, 심지어 코끼리까지 전기로 지져 죽이는 등 요즘 같아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이 불과 100년 전인 그때 벌어졌다.
희생된 것은 동물만이 아니었다.
그때 직류 진영이 교류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려고 내세운 것이 새로운 사형술 ‘전기의자’다. 비록 교수형보다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한다는 미명 아래 개발됐지만 교류 전원을 이용하는 전기의자는 결국 교류의 위험성을 증거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직류 진영은 전기의자에 묶인채 “그만 하라”고 소리치는 사형수의 모습까지 언론 플레이에 이용했다. 교류, 직류를 가릴 것 없이 아직 ‘전기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없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렇듯 당시 상황은 직류 진영에 분명 유리한 듯했다. “유용한 전기는 오직 직류 뿐이며, 교류는 검증되지 않은 곁다리 전기에 불과하다”고 비판받던 교류는 그러나 ‘소비자의 기호’에 의해 승리자가 됐다.
별다른 설비 없이도 전기를 먼 곳까지 전송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저자는 “표준전쟁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하나의 표준이 한 시대를 완전하게 장악했다 해도 흐르는 세월과 함께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그 당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 그것이 곧 표준”이라고 말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