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금융자산 잔액 '10,000,000,000,000,000'원. 무려 '0'이 16개, 1조(兆)의 1만 배인 1경(京)원이 통계에 잡힐 날이 멀지않았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기업과 개인, 정부 부문을 모두 합친 금융자산 총액은 7,573조4,000억원이다. 3월 말에 비해 6.1%, 전년 동기 대비론 15.7%나 늘었다.
이를 경기 상승세가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단순 대입해보면, 금융자산 총액은 내년 6월 말 8,862조원, 2009년 6월 말 1경138조원에 이르게 된다. 적어도 2009년 상반기엔 금융자산 1경원 시대를 맞는다는 계산이다.
경은 0이 많아 복잡하고 생활에 쓰이지 않는 생소한 단위지만, 한은 금융망을 통한 연간 결제액 규모와 우리나라 파생금융 거래규모 총액은 이미 1경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자금순환 통계에 필수 항목인 금융자산 잔액도 머지않아 경 단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의유동성(L) 잔액은 올 7월 말 현재 1,951조4,000억원으로 곧 2,000조원을 돌파할 기세다. 때문에 각종 통계엔 이미 0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공교롭게도 2009년은 고액권 지폐(10만원 권)가 발행되는 해이다. 2004년 가을 고액권 발행과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ㆍ화폐 액면 변경)을 놓고 벌어진 재정경제부와 한은의 논쟁이 새삼 떠오를 수밖에 없다.
당시 한은은 3무(無) 원칙(무기한 무제한 무기명)을 내세운 1000대 1(1,000원을 1원으로)의 화폐 액면 변경을 주장했지만, 재경부는 엄청난 비용문제(새 화폐 발행, 자동화기기 자동판매기 교체 등), 국민 혼란(재산노출 우려, 막연한 두려움), 물가상승 우려 등을 들어 반대했다. 결국 오랜 논의 끝에 그 대안인 10만원 권 고액지폐 발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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