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장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은 듯하다. 전세계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금리 인하(0.5%포인트) 이후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국제 금융시장도 진정 국면에 들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너무 이르다. 여전히 악재들이 다시금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악영향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빨간색 경고등을 끄지 않고 있고, 미국의 각종 지표들은 우울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국제증시는 회복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크게 하락했던 세계 증시는 FRB의 금리 인하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27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25일 기준으로 전세계 주요 50개국 대표지수 가운데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와의 괴리율을 5% 이내로 좁힌 나라는 우리나라(–4.2%)를 비롯해 17개국에 달한다.
호주와 인도,브라질 증시는 우리나라 추석 연휴 기간 연중 최고치를 갱신하기도 했다. 신흥국가의 경우 대부분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 이전에 연중 최고치에 도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 충격을 흡수하고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도 27일 26포인트 급등하며 1,940선을 회복했다.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가 조만간 다시금 2,000포인트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달러화의 약세가 이어져 비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신흥 국가의 경우 증시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나빠지는 경제지표
하지만 금융위기의 영향이 미국의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표는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8월 내구재 주문은 7월에 비해 4.9% 감소했다.
이는 1월 6.1% 하락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3.5% 하락이라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8월 기존 주택 판매가 7월에 비해 4.3% 감소한 550만채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2002년 8월 이후 최저치다. 반면 주택 재고는 458만채로 0.4% 늘었고, 이 가운데 단독주택 재고 분량은 9.8개월치에 달해 1989년 5월 이후 1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다. 25일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전달(105.6)보다 5.8포인트 떨어진 99.8을 기록하며 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00보다 수치가 낮으면 소비자들이 현재보다 6개월 후의 지역 경제 상황과 고용 상태 등이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주택경기 침체 가속화 →소비심리 위축 →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위기 영향 장기화할 듯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IMF는 24일 발간한 '세계 금융안정화 보고서'에서 "국제 금융위기가 일단 진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IMF는 특히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쳐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와 올해 수준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는 이를 반영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다음달 17일 발표할 예정이다.
AP통신도 전문가의 말을 인용,"집값 급락과 금융시장 혼란이 실물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이어"미 경제가 2분기 4.0% 성장세를 보인 후 하락세로 돌아서 3분기에는 2.5%, 4분기 2%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은 달러에 대한'팔자'움직임으로 이어져 27일 원ㆍ달러 환율이 4거래일째 하락, 달러 당 920.3원을 기록했다.
가까스로 회복세에 있는 국내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후 국내 증시는 39개 나라 주요 지표 가운데 3번째로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신흥시장 대표국으로'투자도 가장 먼저, 철수도 가장 먼저'의 원칙이 적용되는 탓이다.
IMF는"신용위기 영향은 내년에 미국을 중심으로 드러날 것"이라면서도 "선진국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이 미국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에 지속적으로 차질을 빚는다면 아시아 국가들의 자금조달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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