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28일 귀국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워 보였다. 지지율의 상승세 속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을 범여권 후보 단일화 대상으로 인정하는 등 주변 상황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27일 미국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 불만을 나타내며 “신당의 후보와 민주당 그리고 문국현 씨와 단일화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문 전 사장 언급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그를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한 축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전 사장은 귀국 직전 로스앤젤레스에서 “(김 전 대통령이) 미국까지 오셔서 그런 말씀을 해 주실 줄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고마운 말씀이다. 지금은 경제 대결을 국민이 원한다.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이 나를 거명한 것 아니겠냐”며 고무된 모습이다.
장외의 문 전 사장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통합신당의 진흙탕 경선의 반사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의 지지율 상승 시점이 통합신당 경선이 조직ㆍ동원선거 논란에 휩싸인 이후라는 근거에서다. 한달 전 대선출마 선언 당시 문 전 사장의 지지율은 1% 언저리였지만, 최근엔 4%대로 올라서며 일부 여론조사에선 범여권 주자 중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 전 사장측은 그러나 여의도 정치에 때묻지 않은 문 전 사장의 진면목을 국민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한다. 또 ‘반의 반 값 아파트’등 주요 정책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보수적 경제정책과 확연히 차별되는 것도 강점이다.
그래서 측근들 사이에선 김 전 대통령의 발언도 “정치 상황에 따라 나온 말인 만큼 ‘DJ 플랜’에 의존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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