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전 한성백제시대의 산성인 경기 파주 월롱산성(경기도 기념물 제196호)이 산악동호회의 무분별한 암벽등반코스 개발로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대는 앞서 군사시설과 체육공원 등이 들어서면서 훼손된 데 이어 이젠 성벽 곳곳이 구멍까지 뚫린 채 파괴되고 있다.
파주시는 27일 “월롱산성에 15개의 암벽코스를 설치한 일산클라이머스 회장 심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파주경찰서에 고발조치하고 원상복구토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일산클라이머스는 올 5월부터 최근까지 월롱산성 서쪽 자연 암반으로 이뤄진 성벽 20~30m 높이에 암벽등반을 위한 초보부터 고급코스까지 총 15개 코스를 개발하고, 성벽에 고리를 설치하기 위해 2~4㎝ 크기의 구멍 150여개를 뚫었다. 일산클라이머스 회원들은 월롱산성이 수도권에 인접해 있는 데다 황토흙 재질의 층층 암벽이 조성돼 있어 암벽등반을 하기에 적격인 코스라고 판단, 이 같은 개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호회는 3월 파주시에 이 일대를 암벽코스로 개발하겠다며 문의했으며 시로부터 “문화재보호구역이라 무단으로 개발할 수 없다”라는 통보를 받았는데도 암벽코스를 개발했다. 이에 따라 성벽 곳곳의 암반이 떨어져 나갔고, 심지어 산악등반에 쓰이는 앵커(로프를 연결하기 위한 고리)까지 박아 두었다. 이곳은 북한산 인수봉에 못지 않은 새로운 암벽코스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주말에는 수십명의 암벽등반가들이 찾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월롱산성을 개발하기 위해선 경기도문화재위원회로부터 문화재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동호회원들이 문의했던 3월에도 이 같은 답신을 분명히 했는데 무단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산클라이머스 관계자는 “월롱산은 과거 채석장으로 사용되는 등 훼손이 심각하고 인근에 체육공원까지 있어서 암벽코스로 활용해도 될 것 같아 개발했다”며 “이미 개발을 시작한 단계에서 시와 일부 회원들로부터 자연암반이 문화재라는 사실을 뒤늦게 통보 받았다”고 해명했다.
월롱산성은 3~4세기 삼국이 한강 유역에서 대치할 때 월롱산 정상부 자연암반 위에 축조된 한석백제의 석성(石城)으로 그동안 한성백제 시대 토기조각 등의 유물이 다수 발굴돼 2004년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됐다. 파주시는 2011년까지 연차적으로 성 일대에 대한 시ㆍ발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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