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정년 보장(테뉴어) 심사를 신청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35명 중 절반에 가까운(43%) 15명이 탈락했다고 한다. 특히 학교 측이 탈락자들에 대해 남은 계약기간(3년)에 특출한 업적을 내지 못할 경우 아예 퇴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테뉴어 심사와 무관하게 그럭저럭 정년까지 가던 관행도 완전히 깨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이공계 대학의 예이지만 철밥통으로까지 여겨지던 교수 사회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좀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미국 대학식 성과 우선주의 인사 제도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우리는 한국 대학의 경쟁력 저하는 교수들의 나태 내지는 집단이기주의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누차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에 한국 대학은 하나도 없었다.
작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대학의 경제ㆍ사회 요구 부합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 대학은 조상 대상 61개국 가운데 50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이런 현실에서도 국립대 법인화나 교수 연봉제, 단계적 진급(조교수→부교수→정교수) 탈락시 퇴출 같은 제도가 하나같이 미적거리는 이유는 바로 교수들의 서로 감싸주기 때문이다.
다른 사회 부문의 경쟁 시스템은 이미 대학사회보다 훨씬 혹독해진 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인사 정책을 시행한 학교가 총장에게 절대적인 권한이 부여돼 있고, 총장 본인이 그러한 권한을 행사할 만한 권위가 있는 KAIST라는 점은 특히 주목된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작년 7월 취임 이후 교수들의 무능과 나태를 끊임없이 질타해왔다. 지난 11일 '내가 보는 한국 대학'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는 "하버드대 교수 중 20%가, MIT는 40%가 정년을 보장 받지 못하거나 재임용에서 탈락해 밀려난다.
교수가 되면 일을 죽어라고 하는 그런 대학과 어떻게 경쟁하겠느냐?"고도 했다. 서 총장의 지적을 새겨듣고 KAIST의 행보에서 절절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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