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비서실로 자신을 외국 정보기관 요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 남자는 요즘 수집한 정보라며 서류 몇 장을 비서실 관계자에게 건넸고, 그 안엔 '이 후보에 대한 테러가능성이 농후하니 조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선 판도를 뒤집으려는 모종의 세력이 이 후보의 신변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게 골자였다.
한나라당엔 요즘 "대선의 마지막 변수는 테러"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대선 판도가 뒤집어지는 경우는 이 후보의 유고(有故) 뿐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대선판도가 일방적이란 얘기도 되지만, 이 후보에 대한 테러 위협이 실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후보측은 "곳곳에서 테러를 경고하는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단독범의 우발적 테러와 조직적 세력에 의한 치밀하게 계획된 테러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지난 해 지방선거 유세 도중 피습을 당한 전례가 있다.
이 후보도 서울시장 재직시 시청 뒷마당에서 승용차를 타러 가다가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괴한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모두 단독범의 우발적 범행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측이 걱정하는 것은 계획된 테러 가능성이다. 당으로 들어오는 경고도 이런 내용이다. 한 당직자는 "북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그냥 지켜보지 않겠다는 언론보도도 있었고, 북한 첩보요원이 테러를 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살상용 무기나 약품이 발달해 테러리스트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를 가할 수 있다"며 "대통령 경호는 완벽하지만 대통령 후보 경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에 대한 경호는 현재 기존 사설 경호원 6명, 경찰 경호 요원 등 83명이 담당한다. 교통사고를 위장한 테러에 대비, 이 후보가 이동할 때는 같은 모양의 차량 3대가 함께 움직인다.
동선과 행사예정지에는 사전 답사가 이뤄진다. 음식물도 미리 점검한다. 하지만 유권자와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나눠야 하는 대선 후보의 특성상 구멍이 곳곳에 뚫려 있다.
한나라당은 공직선거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유력 정당의 후보의 유고시 대선을 한달 가량 연기한다는 게 골자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당내에 다른 후보가 또 있고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혹시 모를 테러의 유혹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