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에서 살아 남아 일약 영웅으로 부상했던 한 여성이 자신의 감동적인 생존 이야기가 온통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뉴욕판 신정아’로 전락할 처지에 빠졌다.
테러 당시 WTC 남쪽 건물 비행기 충돌 지점 보다 위층에 있다가 살아남은 19명의 생존자 가운데 타냐 헤드(사진 가운데 여성)의 이야기는 단연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하버드대 학사와 스탠퍼드대 석사를 거쳐 메릴린치 인수합병(M&A)팀에서 일하던 그녀는 비행기 충돌 직후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해 발을 구르다 한 젊은 자원소방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에 나선다. 화염과 연기를 무릅쓸 수 있었던 것은 WTC 북쪽 건물에 있던 약혼자 데이브의 힘이기도 했다.
건물을 내려오는 과정에선 이미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던 한 남자로부터 부인에게 전해달라는 결혼반지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각, 한 달 후 결혼을 약속한 데이브는 북쪽 건물이 무너지며 영원한 이별을 했고, 나중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젊은 소방관마저 다른 사람을 구하다 사망한 사실도 알게 됐다. 여기까지가 믿음과 소망, 사랑이 교직된 훌륭한 휴먼드라마.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최근 수 주간 추적을 거쳐 27일 타냐의 이야기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신문에 따르면 약혼자라는 데이브 가족들은 그녀와의 관계에 대해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메릴린치에도 그녀의 이름은 없었다. 건네 받은 결혼반지의 주인공도 아직 오리무중 상태다. 거듭된 신문의 인터뷰 요청에도 “불법적인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꽁무니를 빼고 있다.
어쨌든 그녀는 WTC 생존자네트워크 회장으로 일하면서도 월급을 받지 않았고, ‘그라운드 제로’ 투어가이드도 자원 봉사였다는 것만은 확인됐다. 하지만 사태가 묘한 방향으로 흐르자 WTC 생존자네트워크는 결국 그녀를 제명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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