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소니 기든스 지음ㆍ김연각 옮김 / 인간사랑 발행ㆍ364쪽ㆍ1만5,000원
1998년 저서 <제3의 길> 을 통해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정권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던 세계적인 사회학자 앤소니 기든스(케임브리지대학 교수). 제3의>
그가 고든 브라운 신임 영국 총리에게 향후 정권 재창출 및 영국사회의 진취적인 발전 방향을 충고하기 위해 쓴 일종의 지침서가 바로 이 책이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브라운 총리 취임에 즈음하여 노동당 집권 10년의 공과를 평가하고 노동당의 앞길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기든스는 공공서비스 분야는 물론 국내정치의 여러 분야와 외교정책까지 속속들이 평가하고 대안을 보여준다. 영국 노동당의 ‘철학사령관’이라 칭할 만한 그가 신임 총리에게 충심으로 권하는 원칙들은 무엇일까.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무엇하나 공통점을 찾기 힘든 영국의 그 원칙들을 우리의 문제에 대입해보는 건 무리가 있지만 비슷한 정치성향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는 않다.
번역자 김연각씨는 “경제적 번영과 사회정의는 보편적인 가치라 해도 무방하며 그런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 역시 기본적으로 보편성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이라 우리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시사는 매우 많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든스는 앞으로 노동당이 4기 집권에 성공하려면 대다수 유권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이상을 내걸고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이상이란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정의를 조화시키며 양자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그는 ‘미래와의 계약’이라는 이름의 16개 항목을 책 말미에 정리했다. 경제적 성공을 유지하고 확대하라, 불평등 개선에 힘써야 한다 등이 그것이다.
그는 단순한 행복이 아니라 적극적인 복지를 추구하고, 일명 ‘가운데 마당’으로 불리는 정치적 중립지대에 서 있는 유권자를 포기하지 말라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지금까지 브라운 총리가 그다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외교정책도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미국 주도 체제로부터 영국의 정신적 독립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찾으라고 말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브라운 내각을 향한 애정이 듬뿍 담긴 기든스의 이 책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우리의 좌파 정치인들에게도 유익한 지침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전 저서 <제3의 길> 이 에릭 홉스봄 등의 학자들로부터 사회민주주의의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듯이, 이 책 또한 경제적 번영과 사회정의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이상’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 면에서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제3의>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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