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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연말 '인사태풍' 몰아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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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연말 '인사태풍' 몰아치나

입력
2007.09.2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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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매년 1월 중순 실시하던 정기 사장단 인사를 예년보다 보름 앞당긴 대통령 선거(12월19일) 직후인 12월 말에 단행한다. 이에 따라 연초에 열리던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도 12월 초순으로 앞당긴다.

반면 상징성이 큰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12월1일) 기념식 등 일체의 공식 행사는 열지 않기로 했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26일 “내년 1월 사장단을 포함한 그룹 정기인사를 앞당긴다는 방침 아래 여러 방안을 고려한 끝에 예년보다 보름 정도 이른 올해 연말에 실시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며 “이에 따라 다른 행사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의 이 같은 행보는 올해 계열사별 사업구조 재편 및 구조조정으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서둘러 일신하려는 포석이다. 나아가 4~5년 뒤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 신성장동력 발굴 등 미래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연말 대선 및 내년 초 정권 인수ㆍ인계 작업 등 정치일정을 감안해 권력의 외풍이나 잡음에 휩쓸리지 않고 기업 본연의 일에 충실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정기 인사 왜 앞당기나

삼성의 사장단 정기 인사는 통상 1월 중순에 실시된다. 이 회장의 생일인 1월9일 서울 호암 아트홀에서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을 열고, 당일 저녁 이 회장과 사장단이 함께 만찬을 한다. 이어 중순께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가 발표되고, 조직개편이 이어지는 수순을 밟는다.

그룹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진용으로 연초부터 기업경영에 전력 투구하기 위한 조치”라고 조기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 이 회장의 취임 20주년 기념일이나 그 직전인 11월 말 정기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매출이 가장 많은 4분기를 뺀 3분기까지의 실적만 보고 인사를 한다는 것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인사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기인사 배경에는 정치 현실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임원은 “시기상 절묘한 것 같다. 대선 결과에 초연할 수 없는 게 한국적 현실인 만큼 대선 결과를 감안하면서도 대선 직후 곧바로 인사를 단행해 정치적 입김을 미리 차단하려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삼성은 앞으로 미래 변화에 대비해 강도 높은 혁신과 기업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번 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등 인적 쇄신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년 이상 장기 집권하고, 최근 실적이 부진한 최고경영자(CEO)는 우선 교체 대상에 올려 놓을 것으로 전해져 인사태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취임 20주년 행사 생략하는 이유는

삼성 관계자는 “11월19일 선대 회장 사망 20주기 추모식이 있고 이어 신년 행사, 3월 그룹 창립 70주년 등 여러 행사가 이어지는 만큼 20주년 기념식(12월1일)은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87년 11월19일 이병철 선대 회장이 사망하자 그 해 12월1일 45세의 나이로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93년 신경영 선언을 비롯해 위기 때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국내 1위 가전업체인 삼성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키워냈다. 올해엔 창조경영을 앞세워 초일류 기업으로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회장의 취임 20주년 기념은 삼성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도 기념식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기념식을 하면 대ㆍ내외적으로 메시지를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년사나 내년 그룹 창립 70주년 등 이 회장이 경영철학을 제시할 기회가 많은 데 굳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를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올해 삼성의 경영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의 부진, 미래 성장동력 부재 등에 따른 내부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 취임 20주년과 내년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미래비전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예년보다 이른 연말 정기인사를 시작으로 (그룹 내부에) 대폭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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