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 쌍용양회공업 명예회장의 아내인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이 신정아(35)씨의 명의로 은행에 개인 대여금고를 개설, 2억원에 달하는 외화를 보관한 것으로 26일 밝혀져 돈의 출처와 차명(借名) 배경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이 22일 청와대 인근 우리은행 효자동지점에서 신씨 명의의 개인금고를 발견하자 검찰 주변에서는 ‘신씨가 횡령한 기업 후원금을 보관한 비밀금고’‘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신씨 비호 인사의 차명금고’라는 등 각종 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검찰이 26일 “금고와 그 안에서 발견된 미화 10만 달러, 1,000만 엔 등 1억7,000여만원의 주인은 박 관장”이라며 재벌가의 ‘차명금고’임을 확인하자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신씨는 검찰 조사에서 성곡미술관 전시회에 대한 기업 후원금 중 일부를 횡령하긴 했지만 모두 박 관장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씨가 ‘횡령금을 박 관장에게 전해주고 대신 1,800만원짜리 보석 목걸이와 오피스텔 보증금 2,0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자신은 금품을 받고 횡령을 도운 깃털에 불과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박 관장은 이날 소환 조사에서 신씨 명의로 개인금고를 개설하고, 목걸이를 사주거나 돈을 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신씨의 횡령금 상납 주장은 부인했다. 실제 궁지에 몰린 신씨가 자신의 횡령 혐의와 관련이 없는 박 관장을 끌어들여 수사에 혼선을 주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신씨가 박 관장의 개인금고를 털어놓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쌍용그룹이 검찰의 공적자금 수사를 받던 2004년 금고가 개설된 점이 석연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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