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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한류/ 글로벌 IB 꿈꾸는 증권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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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한류/ 글로벌 IB 꿈꾸는 증권 CEO들

입력
2007.09.2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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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3만불 시대는 금융수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금융회사들의 ‘블루오션’은 나라밖에 있다. 비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아시아의 미개척 시장에서 금맥을 찾는 금융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이제 금융에도 ‘한류(韓流)’시대가 열릴 태세다. 한류의 첨병엔 세계적 투자은행(IB)를 꿈꾸는 증권사 CEO들이 있다.

■계약만 된다면 얼마든 마신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애주가가 아니다. 가끔 와인 정도나 마실 뿐, 술 자체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독주의 추억’이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초 떠오르는 아시아의 금융중심지인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지구에 신축중인 오피스 빌딩을 샀다. 당시 박 회장은 건물매입을 위해 중국을 거의 매주 방문했는데,

결정권을 쥔 중국관리와 엄청난 술을 대작해야 했다. 박 회장은 “마신 53도 짜리 마오타이주만도 수십병은 되는 것 같다”며 “그땐 정말 목숨 걸고 마셨다”고 회상했다.

“너무 위험한 투자”라고 주변에선 만류했지만, 그의 동물적 투자감각은 결국 빛이 났다. 이 건물의 가격은 이미 몇 배나 뛰었고, 최근엔 푸둥에 건물 지을 땅이 없어 거액의 임대제의가 줄을 이을 정도다.

■37도선에 한국의 미래 있다

한국금융지주 김남구 부회장은 일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그가 자처하는 그룹 내 자신의 역할은 전략수립. 숱한 해외출장도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을 보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다.

김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한반도에서 반경 2,000㎞안에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모여 산다. 한국을 지나는 북위37도선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 우크라이나 등 아시아, 동유럽의 투자 신천지가 수두룩하다. 이는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라고 강조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앞으로 6개월에서 1년은 갈 것”이라고 내다본 그는 “장기적으로 전형적 투자은행(IB) 업무에 자산관리(AM)서비스를 혼합한 신상품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나를 믿고 따르라

대우증권은 8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브라질까지 업무영역을 확장했다. 다들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외치면서도 물리적 거리 때문인지 누구 하나 쉽게 교두보를 놓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말부터 브라질 최대 금융그룹인 이타우사와 전략적 제휴를 타진했다. 올 초에는 실사단을 보내 시장분석까지 마쳤지만, 마침 때맞춰 해외 운용사들이 중남미 투자 펀드를 앞다투어 내놓기 시작하면서 회사내 추진의지도 ‘타이밍을 놓쳤다’는 우려에 덮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취임한 김성태 사장은 ‘브라질 진출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강행을 독려했다. 젊은 시절 외국계 은행에서 니시가와 이타우 사장과 함께 일한 인연도 자신감의 배경이었다. 이미 대우증권은 브라질투자펀드를 판매중이며, 1,000만 달러 규모의 직접투자도 추진중이다.

■나의 행적을 알리지 마라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라오스에 투자중인 굿모닝신한증권의 진출과정은 ‘007식 비밀작전’을 방불케 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만 열을 올리던 경쟁사와 달리 이동걸 사장은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개척해야 한다”면서 지난해 은밀히 라오스 사업 추진을 지시했다.

그러나 경쟁사에 들키지 않아야 했다. 특히 CEO의 특정국가 방문사실이 노출될 경우, 경쟁사들에겐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실무진의 보고와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한번의 사전방문도 없이 올 3월 라오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 사장이 실제 라오스를 방문한 때는 350억원 규모의 바이오디젤 투자를 확정한 7월초였다. 거대 투자기관인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를 대동하고 방문한 라오스 정부로부터 그는 국빈 대접을 받았다.

■현지인, 그것도 유명인사가 되라

이상준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은 베트남에서 유명인사다.

이 회장의 본관은 화산 이씨. 1225년 고려로 피신해 정착한 베트남 대월국 리(Ly) 왕조의 40대손이다. 그는 이 인연을 베트남 진출 초기부터 적극 활용했고 사회사업도 활발히 펼쳤다. 베트남 사람들은 “명맥이 끊긴 왕족의 후손이 나타났다”며 환호했고, 현지방송도 그에 관한 특집코너를 숱하게 내보는 바람에 길거리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

유명세는 곧 경쟁력이 됐다. 최근 하노이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에 그의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것. 전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도 현지기업을 밀어주려는 시 당국의 텃세에 수개월을 고생했으나, 결국 ‘편파 행정’을 문제삼은 현지언론의 보도 덕을 봤다. 이 회장은 “꾸준히 관리해 온 좋은 이미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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