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에 교육 파행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서는 안됩니다.”전국 29개 외고 교장들이 20일 교육인적자원부를 정면 비판하고 나서 교육부와 심각한 마찰이 예상된다.
외고교장장학협의회(회장 류재희ㆍ경기 과천외고 교장)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외고의 특성화고 전환’을 골자로 한 교육부의 특목고 대책 발표를 연기하라고 촉구했다. 외고 교장들이 특목고 제도 개선과 관련, 집단으로 교육부에 반기를 들기는 처음이다.
이들은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외고가 대학입시에 치중하고 있다”, “동일계 진학률이 낮다”, “사교육의 주범이다” 등 정부의 ‘외고 옥죄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외고 교장들은 “외고에 배정된 외국어 교육이수 단위(최소 82단위 이상)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도 설립목적에 반한다거나, 졸업생 수가 어문계 입학 정원을 초과한 상황에서 모두 동일계열로 진학하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외고가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라면, 왜 고교 과정에서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외고 때문에 사교육 바람이 더욱 거세다는 교육부의 논리는 맞지 않다는 의미다.
외고 교장들의 긴급 회동은 한국교육개발원(KEDI) 주최로 12일 열렸던 ‘특목고 제도개선 정책 토론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특목고 신설 불가, 설립목적 위배 특목고 인가 취소 등 교육부의 강경 조치를 주시했던 외고 교장들은 특목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KEDI측 연구용역 결과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장은 “토론회는 외고에 비판적인 일부 정책담당자의 예단에 근거해 과정과 결론을 채워 넣은 맞춤식 연구”라고 꼬집었고, 다른 교장은 ““외국어가 아닌 국어 성적을 바탕으로 일반고와 비교한 연구로 외고의 교육력을 폄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 자체가 객관성을 결여했기 때문에 10월 발표될 특목고 관련 대책도 절대 수용 할 수 없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았다.
류 회장은 “외고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선할 생각을 해야지 무조건 없애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