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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 인하 후폭풍/ 유가·원화 '이중高'… 경제 '이중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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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 인하 후폭풍/ 유가·원화 '이중高'… 경제 '이중苦'

입력
2007.09.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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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원고(高)'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에 '이중고(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시장불안과 신용경색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냈지만, 그 대가로 국제금융시장과 원자재시장에 후폭풍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하는 달러 가치의 하락(원화가치의 상승)을 몰고 왔고, 이는 다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 고유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달러 가치 하락도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공포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달러의 초약세=원高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20일(현지시간) 유로당 1.4068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처음으로 1.4달러(달러ㆍ유로환율은 유로당 달러로 표시)선을 넘어섰다.

1개월여전 유로당 1.3417달러(8월17일)였던 것과 비교하면, 달러 가치는 5% 가량 급락한 것이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8일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날 미화 1달러의 가치가 캐나다 1달러의 가치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1976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전세계적인 달러화 가치 하락 속에 원화 가치도 급등하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원 하락한 921.1원으로 마감했지만, 한 때 920원 선이 붕괴돼 917원대에 거래가 되기도 했다. 3일새 하락폭이 10원에 육박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 역외에서 공격적인 달러 매도가 이뤄지고 있고, 추석을 앞두고 원화를 확보하기 위한 수출업체들을 달러 매도 물량까지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급등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유가의 고공행진

달러의 약세는 국제자본을 원유와 금 등 실물 자산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금리인하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도 원자재 가격은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1.39달러(1.7%) 오른 배럴당 83.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일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

국내수입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도 0.22달러 오르며 배럴당 75달러선을 돌파(75.02달러)를 돌파했다. 역시 3일 연속 최고치 기록이다.

같은 이유에서 금 구리 곡물 등 원자재가격도 동반급등하고 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값은 한때 온스당 746.3달러까지 치솟으며 2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유가와 원화강세는 서브프라임 악재 해소 기대감에 들떠 있던 한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양상이다. 특히 상반기부터 경우 회복국면에 접어든 실물경제엔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고유가는 직접적인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개인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심리를 냉각시킨다. 한국은행은 "이론적으로 볼 때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이 0.2% 하락하고, 소비자물가가 0.2%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경상수지도 18억달러 악화된다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도 큰 부담이다. 특히 이번 달러약세가 단순히 금리인하에 따른 것만이 아니라, 미국 경제의 둔화 우려에 기인한다는 해석도 적지 않아 단시일 내에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중소수출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의존도 높은 굴지의 대기업들도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기름값이 뛰고 환율이 떨어지면 금리정책를 포함한 거시정책의 운신폭이 좁아져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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