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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책 읽는 추석' 문화계 인사 5人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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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책 읽는 추석' 문화계 인사 5人의 추천

입력
2007.09.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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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에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한국일보 출판팀은 시인, 만화가, 출판평론가 등 문화계 인사 5명으로부터 이번 연휴에 읽을 책을 한 권씩 추천을 받았다. 인문교양서, 소설, 만화 등 취향과 개성을 반영한 5인(人) 5색(色)의 추천서들. (가나다순)

▦ 김선우ㆍ시인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1946)

일상의 속도 속에서 잃기 쉬운 자유의 감각, 삶의 감각을 일깨워준다. 느릿느릿하게 보낼 수 있는 휴가를 맞아 사람이 왜 살아가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책.

기운이 좀 없을 때 이 책을 펼쳐들고 조르바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살피면 왕성하게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드문드문 펼쳐봐도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아포리즘이 성찬처럼 차려져 있다. 이 책을 읽고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가 담고있는 메시지를 가슴깊이 새겨보면 어떨까.

▦ 성석제ㆍ소설가 : 방영웅 <분례기> (1967)

6ㆍ25 전쟁의 혼란을 바탕으로 천하고 박복한 여인의 숙명을 그린 장편소설로 발표 당시 장안의 지가를 올린 작품이다. 주인공 분례의 인생유전을 통해 산업화 직전 토속적인 농촌사회의 풍경을 실감나게 엿볼 수 있다.

당시의 풍속이 세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는데 시골방의 농부들이 모여 노름하는 장면이라던지 미쳐버린 주인공 분례가 장터를 떠돌아 다니는 장면 등은 몹시 인상적이다.

작가가 20대에 쓴 작품이라 매우 에너지가 넘치는데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는지 감탄하게 된다.

▦ 안대회ㆍ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 정민 <다산어록청상> (2007)

다산이 남긴 글들을 경세(經世), 수신(修身), 처사(處事) 등 11가지 테마로 분류한 책이다. 어록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글이 담고 있는 인생에 대한 메시지는 가볍지만 않다.

고리타분하지 않고 요새 사람들이 읽어도 가슴을 꽉 조여올 만한 경구들이 많은데 ‘매번 옷 한 벌 지을 때마다 모름지기 이후에도 계속 입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라’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지마라. 영혼에 독소를 주입하는 길이다’ (<또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 같이 자녀에게 검소와 근면을 권면하는 글들은 엄부(嚴父)가 사라진 이 시대에 귀감이 된다.

▦ 이원복ㆍ만화가 :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2007)

진화생물학자의 입장에서 종교를 바라본 책이다. 특정 종교를 비방하거나 종교 자체를 부정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다. 종교란 것은 신앙을 담는 그릇이고 신은 그 그릇에서 만들어진다.

모든 종교마다 신의 개념이 다른데, 책을 읽고나면 인간들이 교리에 맞춰 신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구인과 한국인은 종교를 바라보는 태도가 다른데, 기독교는 내세관념과 절대신의 개념이 없는 유교문화권인 한국에 일종의 정신적 틈새처럼 급속하게 전파됐다.

개신교 신자들이라면 자기성찰의 측면에서 차분하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 한미화ㆍ도서평론가 : 김세영 글 허영만 그림 <사랑해> (2006)

누가 명절에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하는가. 밥상을 차리고 밥상을 치우다보면 속절없이 시간만 간다.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스토리가 꽉 짜인 소설이나 재미난 만화책이 제격이다. 이번 추석에 읽으려고 숨겨둔 <사랑해> 는 만화스토리 작가 철수와 14살이나 어린 아내 영희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김세영 특유의 아포리즘이 별빛처럼 빛나는데 ‘희망은 격렬하고 삶은 너무 느리다’ (아폴리네르), ‘내 마음은 유리인가봐! 달빛에도 이렇게 부서지니’(김기림) 같은 서정적인 글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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