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35)씨에 이어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되자 검찰청사는 온종일 싸늘한 분위기다.
검찰 수뇌부는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공을 들인 사건 수사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자 허탈한 모습이다. 그러나 신씨 영장 기각 당시 법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21일 오전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지 않았다. 전날 아무리 피곤하고 빡빡한 일정이 있었어도 매일 오전 9시께 어김없이 출근했던 그였기에 이날 ‘출근 지연’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형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정 총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정 총장이 전날 ‘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차질이 있다’며 법원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직후 또 다시 영장이 기각되자 다소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총장은 이날 오후 3시에 출근해 기자들과 마주치자 굳은 표정으로 “피곤하다”는 말만 한 뒤 사무실로 들어갔다. 정 총장은 오전에 산행을 한 것으로 알려져, 최근 영장 기각 사태를 깊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이날 당초 예상과 달리 영장 기각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열지도 않았고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이틀 전 신씨의 영장 기각 직후 긴급대책회의를 열며 흥분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수사라인에 있는 대검 간부들도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같은 갑작스런 분위기 반전은 20일 정성진 법무부 장관의 자제 요청도 있었지만 잇따른 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것이 부담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서부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또 반발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불만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 대검 관계자는 “영장 문제는 검찰과 법원의 견해차가 워낙 큰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도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씨 영장 기각 때는 검찰이 사법부 전체를 자극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던 것”이라며 “법원은 기본적으로 무대응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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