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명절은 평소 자주 보지 못하는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회포를 풀 좋은 기회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육체ㆍ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을 해칠 염려도 높다. 장거리 운전, 가사노동 증가, 무절제한 과음ㆍ과식 등이 건강을 해치는 위험 요인이다. 특히 임신부나 지병환자는 자칫 큰일을 당할 수도 있으므로 미리 주의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장거리 운전시 요령
추석 연휴에서 가장 겁나는 것이 귀성 전쟁이다. 올 추석 연휴에는 4,600만명이 대이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히는 도로에서 장시간 운전하다 보면 뒷목과 어깨가 뻐근해지고 뒷골이 당기며, 두통과 함께 눈에 피로로 온다.
운전을 하지 않아도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오래 갇혀 있으면 두통 피로 호흡기질환 근육긴장 혈액순환장애 등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장시간 차를 타고 갈 때에는 환기를 자주 하고, 1~2시간마다 쉬면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어야 한다. 또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벼운 대화로 긴장을 푸는 것도 좋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는 “아무리 좋은 자세를 유지해도 20분 정도 지나면 몸에 무리가 간다”며 “수시로 허리를 펴거나 돌려가면서 가볍게 움직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운전자는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의자 각도는 100~110도 정도로 뒤로 젖히고, 엉덩이는 의자 뒤에 바짝 붙여야 한다. 목 받침대 높이는 머리 뒤통수가 닿게 조정하고, 뒷머리를 목 받침대에 대고 운전하면 목ㆍ어깨 긴장을 줄일 수 있다.
임신부는 장거리 여행 시 허리 부담이 커지므로 뒷부분에 쿠션을 받치고 안전띠를 가로띠는 배꼽 아래 부위로 지나가게 착용해 배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승차 후 40~50분 간격으로 쉬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해준다. 한강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는 “유산 경험이 있거나 쌍둥이를 임신했으면 임신 초기 3개월과 마지막 달에는 장거리 여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고지방ㆍ고칼로리 음식 조심
한가위 명절은 항상 풍성한 음식으로 우리 입맛을 당긴다. 하지만 떡이나 송편 등 추석 음식은 대표적인 고단백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이어서 비만이거나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가진 이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열량이 2,600㎉, 여성이 2,100㎉인 점을 감안하면 추석에는 한 끼 식사로 거의 하루 열량을 섭취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평소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던 사람도 명절 연휴가 끝나면 1~2㎏ 정도는 쉽게 늘 수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식품영양과 김영현 교수는 “칼로리를 줄이려면 튀기거나 볶는 음식 대신 찌거나 삶는 요리가 좋다”고 말했다. 기름진 음식은 칼로리를 높이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닭 요리의 경우 닭 껍질에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으므로 껍질을 없애고 요리하면 열량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소ㆍ돼지갈비는 끓는 물에 갈비를 넣었다 빼면 지방도 줄이고 잡냄새도 없앨 수 있다. 육류나 채소류는 기름에 직접 볶지 말고 살짝 데쳐 볶으면 기름 흡수를 줄일 수 있다. 단맛을 낼 때는 설탕 대신 칼로리가 적은 올리고당을 사용한다.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신장질환 간질환 등을 가진 만성 질환자는 특히 추석 음식에 주의해야 한다. 명절에는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먹으면서도 신체활동은 오히려 줄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는 당 섭취를 줄여야 혈당을 제대로 조절할 수 있다. 과일의 경우 1회 적정 섭취량은 50㎉로 사과나 배 1/3쪽, 귤 1개 정도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고혈압ㆍ심장병 환자가 소금기를 많이 섭취하면 혈압조절에 실패하기 쉽고, 심하면 체내 수분이 고이는 울혈성 심부전도 생길 수 있다”며 “신장질환자는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약을 항상 휴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 연휴 내내 일하는 주부는
명절 때 주부들은 평소보다 장시간 나쁜 자세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근육통이나 요통, 관절통을 겪을 수 있다. 세란병원 척추센터 박진수 과장은 “오랫동안 서서 일하거나 바닥에 쪼그려 앉아 음식 만드는 것을 피하고 자세를 자주 바꿔 허리에 무리가 덜 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급한 마음에 무거운 물건을 무리해서 들거나 높이 있는 물건을 의자 없이 내리다 허리를 다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명절 때 주부를 괴롭히는 주범 중의 하나다. 주부들은 명절을 앞두고 머리와 가슴이 짓눌리고 답답하며 소화도 잘 안되고, 신경도 예민해지기 쉽다.
주부 10명 중 9명이 명절에 집안일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 같은 ‘며느리 증후군’에 시달린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며느리 증후군을 줄이기 위해서는 명절 때 가족 구성원이 모두 즐길 수 있는 ‘평등한 명절’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굅?말했다.
여자들이 음식 만들 때 다른 가족들은 장을 본다든지, 아이를 돌보거나, 뒷정리를 하는 등 가사를 분담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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