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오일 파워가 미국의 금융 허브를 집어 삼키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가 풍부한 오일 달러를 등에 업고 미국의 대표적 증권 거래소인 나스닥 증권거래소의 최대 주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정재계 지도자들이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20일 미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두바이 국영 두바이증권거래소는 이날 나스닥 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나스닥 증권시장(NASDAQ Stock Market Inc.)의 지분 20%를 주당 41.04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나스닥 증권시장은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두바이증권거래소는 현재 나스닥증권시장의 지분 17%를 보유한 미 호라이즌 애셋 매니지먼트를 제치고 최대 주주가 된다.
나스닥증권시장은 경쟁 상대인 뉴욕증권거래소가 유로 넥스트를 흡수 합병하는 등 몸집 키우기에 나서자 자구책의 일환으로 이번 거래에 합의했다. 두바이증권거래소측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첨단 금융 노하우를 전수 받아 두바이를 세계 금융 중심지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직후 미국 정재계 인사들은 즉각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두바이 증시의 나스닥 지분 인수는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는 거래가 성사될 경우 두바이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구글 등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미국의 첨단 기업의 기밀이나 특허를 빼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1988년 제정된 미국의 엑슨 플로리오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외국인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저해된다고 판단되면 거부할 수 있다. 물론 이 법안이 적용된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찰스 슈머 미 민주당 상원의원(뉴욕주)은 “어떻게 다른 나라 정부가 미국을 대표하는 증시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의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두바이증권거래소가 미국의 우려를 감안해 나스닥증권시장의 의결권을 5%이내로 제한하겠다고 선수를 친 데다 미국 정부도 이번 거래를 무산시킬 경우 자유무역 위반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분위기를 타고 이날 미 나스닥 증권시장의 주가는 전날 대비 7.2% 급등했다.
이날 두바이증권거래소는 나스닥증권거래소가 보유한 런던증권서래소(LSE) 지분 28%도 매입키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나스닥증권거래소는 두바이증권거래소로부터 북유럽증권거래소(OMX)의 지분 20%를 넘겨받기로 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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