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궤도를 떠났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틀 만에 돌아왔다. 경선 포기와 정계 은퇴 등 다양했던 추측과는 달리 경선 복귀를 선언했지만 예정됐던 부산ㆍ경남 지역 TV토론회에 불참, 정상 궤도와는 여전히 거리를 두었다.
국민을 놀라게 해 놓고 돌아와서는 선거대책 본부를 해체하는 등 기존 경선운동 방식을 포기하고, 국민 속으로 직접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탈당 당시의 '광야론'도 거론했다. 끝까지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지만, 어쩐지 절반의 경선 포기 선언처럼 들린다.
아무리 곱게 보려고 해도, 그의 정치 감각은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자신의 말대로 '구태 경선'을 방관해 온 당 지도부에 충격을 던짐으로써 공정 경선 감시 태세를 자극했을 수는 있다.
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나 이해찬 전 총리 등 다른 경선 후보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이런 이득이 스스로에게 위안이 될지는 몰라도, 실질적 의미는 거의 없다. 조직ㆍ동원 경선은 흥행을 위해 국민선거인단을 긁어 모을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고, 이제 와서 경선 규칙을 새롭게 손질하기도 어렵다.
반면 이번 소동으로 그는 너무 큰 것을 잃었다. 예상 밖의 돌출 행동을 길지 않은 사이에 두 차례나 목격했으니,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에 상당한 신뢰를 가졌던 사람들조차 더 이상 미더움을 갖기 어렵다. 처음 범여권에 발을 들여 놓을 때 그가 가졌던 유일한 정치적 자산을 잃어버린 마당에 지금 '광야'에 나가 무엇을 찾아 헤매겠다는 것인가.
이번 소동으로 그가 드러낸 것은 스스로의 정치적 모험주의뿐만이 아니다. '국민경선'이란 미명이 붙은 신당 후보 경선의 어지러운 실상도 거듭 확인됐다.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신당의 경선이 더욱 한심한 꼴이 됐다. 이런 점에서, 또 손 후보가 또 정치적 모험의 유혹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당과 다른 후보의 일정한 자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눈 앞의 표에 매달리는 정치 생리로 보아 이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