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집권 이후 세 번째로 국가정보원을 방문했다. 공식적으로는 국정원 업무보고 및 직원들과의 간담회가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에서 상당수 인질들이 무사 석방된 데 대해 국정원이 기여한 점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만복 국정원장이 피랍 사태 해결과정에서 언론에 국정원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등 과도한 언론 노출로 물의를 빚자 노 대통령은 4일 "국정원의 업무가 무조건 공개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방문해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가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상사의 명령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대통령의 지시도 거부할 수 있는 조직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중립의 분위기를 만들고, 부당한 명령을 할 수도 없고 통하지도 않는 분위기를 유지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많은 사람들이 북측 핵심과 비선으로 통할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결국 유용한 대화 통로가 어디인지는 판가름 났다"며 "다음 대통령에게 말할 기회가 있다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비선을 만날 필요는 없고 국정원을 믿으면 된다고 당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프간에서의 국정원 노출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독재정권에서는 대통령 신임에 의존하면 됐기 때문에 노출될 필요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민주사회에서의 국정원은 법에 근거해 조직이 존립하므로 국민의 신뢰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고 감쌌다. 이어 "업무의 일정 부분은 노출돼야 하고, 특히 산업정보 방어와 사이버 안보활동 등은 홍보를 해야한다"며 "직무와 작전, 프로젝트 내용의 노출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두둔했다.
한편 김 국정원장은 이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정상회담 공식수행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의 방북설과 관련, "(북에) 안갔다. 왜 그런 보도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 전에 방북할 계획은 있느냐'는 질문에도 고개를 저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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