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림토건 대표 김상진(42ㆍ구속)씨 비호 의혹을 받아 온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20일 기각됐지만 검찰 조직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었다.
18일 서울서부지법이 신정아(35)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 대검까지 나서 격분하던 모습과는 달라 “검찰이 왜 이렇게 조용하냐”는 궁금증이 나온다.
정 전 비서관 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 반응은 담담한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은 “연산동 재개발사업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에 대한 보강 수사를 한 뒤 재청구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
영장 청구 당시 “모든 범죄 혐의가 참고인 진술을 통해 확정 됐기 때문에 영장 발부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의아스러울 정도로 침착한 반응이다. 대검 김경수 홍보기획관 역시 “할 말이 없다”고 입을 닫았다.
검찰이 입을 다문 데 대해서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이날 정상명 검찰총장이 “(신씨 영장 기각 문제를 둘러싸고) 법원, 검찰의 입장이 싸움으로 보여져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일선 검사들에게 반응 자제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이미 신씨 문제로 검찰이 속시원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채 영장 기각을 놓고 법원과 옥신각신해 국민의 눈총을 받고 있는 마당에 더 반발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결코 조직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다른 해석도 나온다. 부산지검은 이 사건 초기 수사 과정에서 이미 정 전 비서관의 연루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만 구속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이후 언론의 의혹 보도에 등을 떠밀려 어쩔 수 없어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만일 영장이 발부된다면, 그 후폭풍으로 “검찰이 초동 수사시 봐준 이유가 뭐냐”는 비난과 함께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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