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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류-기업은 지금 세계로 간다/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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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류-기업은 지금 세계로 간다/ 삼성

입력
2007.09.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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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확고합니다.”

삼성전자 이창성 이스탄불 지점장은 “올해 휴대폰에서만 시장 점유율 26%를 달성하고 2008년엔 1위(매출 기준)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동ㆍ서양의 문화유적이 가득한 터키의 최대도시 이스탄불을 걷다 보면 삼성 휴대폰 광고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심의 관광명소 ‘성소피아 성당’ 인근의 버스정류장을 비롯, 주요 포스트마다 삼성 휴대폰 광고판이 선명하다. 이 지점장의 말대로 브릭스(BRICs) 이후 최고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터키에 삼성 휴대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터키에서 169만대의 휴대폰을 판매, 시장 점유율을 2005년 4위(6.1%)에서 2위(14.6%)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올해는 26%로 더욱 점유율을 늘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노키아의 아성을 위협할 태세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 매출 기준 1위 달성도 가능하다.

이런 비약적인 성장은 빅히트 상품인 보르도 LCD TV의 지원사격이 주효했다. 삼성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표격인 보르도 LCD TV를 휴대폰과 함께 매장에 전시, ‘삼성 휴대폰도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 바 타입의 저가형 휴대폰이 대부분인 터키시장에서 고급 슬라이드형 휴대폰을 출시해 차별화에 성공했고, 오픈마켓(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단말기를 공급하는 방식과 달리 일반 소비자들을 직접 공략)이라는 현지 특성을 십분 활용한 것도 적중했다. 휴대폰 현지 거래선을 2개로 축소해 유통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경쟁사에 비해 빠른 제품 공급이 가능했다.

삼성의 힘찬 발걸음은 터키에서 뿐만이 아니다. 거대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중국과 인도에서도 안착에 성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애니콜 휴대폰은 중국과 동남아 젊은이들 사이에 부의 상징이 된지 오래고, 삼성 현지법인은 가장 입사하고픈 회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프리미엄 마케팅과 현지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온 결과다.

우선 중국에서는 ‘중국삼성은 중국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철저한 중국화를 앞세웠다. 2005년부터 농촌사랑운동인 ‘일심일촌(一心一村)’(중국삼성 40개 법인이 각각 농촌의 한 마을과 결연하는 것), 소외 지역에 희망소학교 건립 등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중국 사람들의 마음 속을 파고드는 마케팅을 전개했다. 그 결과 중국 정부로부터 가장 사회공헌을 잘하는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약 6,000만명으로 추정되는 중국 내 상류층(신귀족)을 타깃으로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상품기획, 연구개발, 생산 및 판매를 모두 중국에서 책임지는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전국 30개 도시를 중점지역으로 선정해 프리미엄 제품과 정보기술( IT), 디지털 제품 마케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모니터가 8년 연속 시장 점유율 및 소비자 만족도 1위를 기록했고, 삼성 애니콜은 지난해 인터넷 포털 등에서 조사한 브랜드 신뢰도에서 휴대폰 부문 선두에 올랐다.

중국삼성 관계자는 “2008년 사회공헌과 접목된 올림픽 마케팅으로 중국인들의 가슴에 다가가 더욱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2010년까지 중국에서 가장 신뢰 받는 최고의 디지털 기업이 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제2의 중국’으로 불리는 인도에서도 2004년 쓰나미(해일) 피해를 입은 지역에 삼성학교를 건립하는 등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통해 ‘인도인과 상생하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삼성은 고급 가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도법인 관계자는 “ LCD TV(42.5%) , PDP TV(34.5%)를 비롯해 양문형 냉장고 등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며 “1등 제품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신흥시장 공략에 본격 뛰어든 것은 1990년대지만, 최근 들어 더욱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그 선두에는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 있다. 윤 부회장은 지난 6월 “브릭스(BRICS) 국가들 뿐만 아니라, 터키 남아공 베트남 폴란드 등도 연평균 6~10%대 경제 성장을 하고 있어 전자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그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며 “신흥시장의 성장에 착실히 대비하고 시장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듯, 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 총괄 사장은 최근 “올 하반기에는 40인치 이상 대형 평판 TV 와 풀 HD 제품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라며 “특히 브릭스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 지난해 17%였던 평판 TV의 시장 점유율을 3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 삼성중공업 설계·R&D 인재만 1300명…러 쇄빙 유조선 수주로 선박 ‘블루오션’ 개척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도 브릭스 공략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올해 1,200만대 규모의 디지털 카메라 중국 신공장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고, 삼성물산도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신기술을 통해 러시아 신시장을 개척하고 인도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설계 인력으로 적극 활용하는 등 활약이 두드러진다.

삼성중공업의 최대 강점은 1,300명의 뛰어난 설계 및 연구개발(R&D)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토대로 극지용 해양설비와 쇄빙 유조선 등 신개념의 선박을 개발, 러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우선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2005년 말 러시아 최대 국영해운사인 소프콤플로트(社)로부터 7만톤 급 극지 운항용 쇄빙 유조선 3척을 4억3,000만달러에 수주, 현재 건조 중에 있다. 또 올해 초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묻혀 있는 북극 지역의 시추 및 개발 관련 해양설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영업지점을 개설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쇄빙 유조선 수주는 국내 조선업계가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한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한 것"이라며 "쇄빙 유조선 건조 기술을 토대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쇄빙 액화천연가스(LNG)선 및 쇄빙 컨테이너선으로까지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도 진출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단순히 선박 판매 목적이 아니라 인도의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폭증하는 해양설비 수주 물량의 설계 수행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 델리 동쪽 노이다 지역에 해양설비 설계센터를 설립했다. 인도는 학생들이 대부분 공대로 진학해 매년 30여만명의 엔지니어가 배출되는데다, 영어가 공용어여서 유명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등 해양설비 설계 분야의 기술 인력이 풍부하다.

세계 2위의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은 현재 설계부터 시운전 및 설치까지 선박을 일괄 발주하는 턴키 물량의 수주가 급증하고 있으나 기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설계의 약 80%는 해외 엔지니어링 회사에 외주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인도 설계센터에서 우수한 인도 엔지니어들을 채용, 현재의 단순제작 형태에서 벗어나 2010년까지 기본설계부터 건조까지 일괄 수행능력을 강화하고, 독자 모델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인도 해양설비 설계센터 설립과 함께 자체인력 양성을 통해 2010년에는 인도 설계센터 및 거제조선소에서 절반 이상의 설계작업을 자체 처리해 기술자립도를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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