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30일 태국 방콕 로열 오키드 쉐라톤 호텔. 이곳에서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은 도시락과 야참으로 식사를 때우며 이 날 오후 2시부터 31일 새벽 5시까지 장장 15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이날 김 회장과 임원들은 계열사별 해외 진출 전략과 그룹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해외 사업 진출 프로세스 체계화를 논의했다.
이런 산고 끝에 나온 게 '해외사업 추진 6대 실행 테마'다. 한화는 이를 바탕으로 그룹 경영기획실 내 글로벌 경영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평가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사별로 진출 가능한 사업에 대한 그룹차원의 종합적인 사업 검토를 했다. 현재 한화그룹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11년까지 4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장기 목표로 설정했다.
한화가 해외 사업에 적극 나서게 된 데는 내수 업종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것이다. 한화는 화약, 석유화학, 유통, 레저, 금융 등 업종은 다양하나 현재 그룹 사업구조가 대부분 내수 업종에 치중돼 있다. 이로 인해 향후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워 해외사업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게 된 것이다.
김 회장은 올해 초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각 사마다 해외사업 진출 여부를 검토 중에 있지만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해외 진출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각 사 특성에 맞는 해외 진출전략을 적극적으로 수립해 나갈 것을 지시했다.
현재 그룹의 해외 진출 첨병으로 주력 계열사인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한화건설, 대한생명 등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들은 자사 역량을 총 집결해 해외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해외경영의 일환으로 한화증권은 금융 중심지로 떠오른 중국 상하이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중국 최대 증권사인 해통증권과 포괄적 업무제휴 계약을 하는 등 중국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국토개발은 최근 일본 나카사키현 오션팰리스 골프클럽을 인수해 시설 및 인력 재정비를 완료,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한화국토개발은 일본 골프장 인수를 계기로 골프사업영역을 해외로까지 확장할 것을 검토 중이다.
그룹의 주력 금융사인 대한생명도 세계적 종합금융 서비스 회사로의 비전을 실현하고, 미래 수익기반 강화를 위해 중국시장 등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및 해외 유망 보험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베이징에 주재 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는 향후 미국 다음의 자동차 최대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인플레이터(자동차 에어백의 핵심 부품)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인플레이터를 생산 중인 타 기업들에 앞서 중국시장을 선점함으로써 향후 중국시장 내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은 기존 석유화학사업부문과 관련된 주요 해외 업체 인수를 적극 검토중이다.
한화건설 역시 미국 시카고에서 성공적으로 타운개발사업을 수행해 획득한 현지 시장에서의 신뢰감 및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애리조나에서 또 다른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등 미주지역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플랜트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화종합화학은 현재 건축자재 위주의 사업구조를 전자소재 등으로 고도화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한화종합화학은 고부가 전자소재 제품을 기반으로 중국, 대만 등 아시아시장을 먼저 개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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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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