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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한미 FTA 들먹이며 공세

입력
2007.09.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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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쟁점 가운데 가장 첨예한 자동차 분야와 관련,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는 등 이번 협상에서 임하는 EU측 전략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8월 2차 협상에서는 EU측이 한국의 첫번째 양허안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본격적 협상 없는 탐색전 수준에 그쳤다.

한ㆍEU FTA 3차 협상 첫날인 17일(현지시간) 이그나시아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측 수석대표는 “EU의 자동차업계는 한국측 양허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며 “한국이 유엔 유럽경제위원회(ECE)가 제정한 유럽식 자동차 기술 표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재 EU가 ‘7년 이내 관세 철폐’로 제시한 자동차 개방안에서 한 발자국도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ㆍ미 FTA에서 ‘3,000㏄이하 자동차 관세 즉시 철폐’를 이끌어냈던 우리 측은 내심 EU와도 비슷한 수준의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 ECE 자동차표준은 현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자동차 분야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이외의 분야에서는 EU측이 공세적이다. EU측은 “한국 수정 양허(개방)안에 담겨 있는 조기 관세 철폐율(즉시와 3년 이내 철폐)이 EU측 양허안이나 한ㆍ미 FTA와 비교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며 “실망스럽다”는 발언을 거듭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 김한수 한ㆍEU FTA 수석대표는 “품목 전체를 놓고 보면 우리 측 양허안의 개방 수준이 68%로 EU 측의 개방안인 79%보다 뒤지지만, 이미 비관세가 시행되고 있는 50% 가량의 교역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측 조기 관세 철폐율이 58%로 EU의 56%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라고 맞섰다.

당초 농업의 특수성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온 농수산물 분야에서도 EU측이 속셈을 공개했다. 베르세로 EU측 수석대표는 포도주, 위스키, 돼지고기, 초콜릿, 치즈 등 구체적인 품목을 거론하며 이들 품목에 대해 2014년 관세철폐에 합의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개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측 대표단은 이날 복수언어로 상품표시를 해도 된다는 데 합의해, 향후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EU상품에 대한 한글표시가 사라지게 됐다.

브뤼셀=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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