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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강원랜드배 명인전…손에 땀 쥔 9개월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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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강원랜드배 명인전…손에 땀 쥔 9개월 대장정

입력
2007.09.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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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이세돌과 이영구의 대국을 끝으로 제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 본선 리그 45경기가 모두 마무리됐다. 새해 벽두인 1월8일에 개막식을 갖고 예선 1회전에 돌입한 이후 9개월 동안에 걸쳐 진행된 대장정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지난 2003년 제34기를 끝으로 한동안 휴면 상태에 들어갔던 명인전은 올해부터 '강원랜드배 명인전'으로 새로 부활하면서 우승 상금이 1억원으로 대폭 증액되고, 그에 걸맞게 대회 진행 방식도 크게 변화했다. 뭣보다 본선 경기가 10명 풀 리그로 바뀌면서 도전기가 없어지는 대신, 리그 성적 1, 2위가 결승 5번기를 벌여 우승자를 가리게 됐다.

이에 따라 1월8일부터 시작된 예선전을 거쳐 9명이 선발되는 한편, 제34기 우승자였던 이창호가 시드를 받아 총 10명의 수가 2월5일부터 본선 리그 경기를 벌였다. 본선 진출자의 면면은 이창호와 이세돌을 비롯, 조한승 박정상 목진석 김승준 이영구 김지석 김기용 배준희 등으로 '톱 랭커'들은 물론 중견과 신예가 고루 어우러진 진용으로 팬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목진석과 김지석의 개막전을 반 집 승부로 시작한 본선 리그 경기는 과연 매 판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10명의 전사들은 본선 리그가 시작되자마자 서로 맹렬하게 치고 받으며 고작 3라운드 만에 10명 전원이 1패 이상씩 기록, 전승자가 한 명도 없는 대혼전 상태에 돌입했다.

초반에는 19세 신예 김지석이 기세를 올렸으나 잠시 후 선두가 박정상으로 바뀌었고 다시 이번에는 김승준이 앞으로 치고 나왔다. 그러나 중반 무렵부터 이세돌의 독주가 시작됐고 그 뒤를 목진석이 바짝 따라 붙어 두 선수의 동반 결승 진출이 매우 유력시 됐으나 종반에 조한승이 4연승을 거두며 끈질기게 따라 붙어 결국 목진석과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한편 올해 명인전 본선 리그 최대의 이변은 바로 이창호의 부진이다. 이창호는 그 동안 12번이나 우승을 한 명인전의 터줏대감으로 올해도 당연히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는데 뜻밖에 초반에 3연패를 당해서 일찌감치 결승 레이스에서 탈락했다.

후반 들어 분전했지만 결국 5승4패로 공동 4위에 머물러, 3위까지 주어지는 차기 대회 본선 시드마저 받지 못하고 내년에는 예선을 거쳐야 하는 신세가 됐다. 올해 왕위 타이틀 하나를 지켰을 뿐 자칫하면 무관으로 떨어질 뻔 한 위기에 처했던 이창호가 명인전에서도 역시 극심한 컨디션 난조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이 밖에 본선 리그 최고령자인 김승준(34)이 나름대로 선전, '30대의 자존심'을 지킨데 반해 입단한 지 불과 1년 만에 국내 최대 기전 본선에 올라 기대를 모았던 배준희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해 정상권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박영철 바둑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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