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전통적으로 지녀왔던 기업금융 분야의 강점과, 국내 정상급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의 시너지를 활용해 투자은행(IB) 분야 최강자로 비상한다.”
자금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이후 금융산업 간의 칸막이가 사라지면, 은행과 비은행권 금융사들의 성공적 결합이야말로 향후 금융 경쟁에서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 이처럼 달라진 금융환경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금융그룹으로 우리금융이 손꼽힌다.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은행과 증권사 모두 정상권에 있는 금융지주회사로는 현재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을 거느린 우리금융지주 밖에 없다”라고 언급한 것도 바로 새로운 금융환경 속에서 우리금융의 강점을 정확히 지적한 것이다. 박 회장은 또 “우리금융은 금융권에서 제일 먼저 투자은행(IB)사업단을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홍콩에 투자은행을 설립하는 등 IB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역량강화를 성장전략 제1순위로 놓고 있다. 금융그룹 기준으로 현재 자산1위를 차지하고 있고, 3개 은행과 5개의 비은행 계열사로 사업분야 다각화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우리금융은 전체 자산 가운데 아직도 은행부문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은행부문 역량 강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 회장은 “지주회사의 존재이유는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지주사 및 계열사에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비은행부문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8월말에는 한미캐피탈 인수 본계약을 체결해 리스, 할부금융 등 소비자 금융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했다.
LIG생명보험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5개 금융사가 경합하고 있는 이번 인수경쟁에서 우리금융이 최종 승리할 경우,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신용카드 등을 모두 갖춘 완벽한 종합금융그룹의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향후 전략적 초점을 시너지 창출 극대화에 맞추고 있다.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노하우와 자금력, 우리투자증권의 영업마인드를 결합해 IB부분 최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 또 은행계 카드사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고, 우리투자증권의 영업망을 활용한 새로운 카드 상품 개발과 교차판매 확대 등을 통해, 우리카드를 빠른 시일 내에 메이저 카드사로 키우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활발한 외형성장 속에서 착실히 내실을 다지는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1조5,04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01년 지주회사 출범 후 상반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50%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조1,72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7% 증가를 기록했다.
자산 건전성도 좋아졌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9%로 지난해 상반기 1.1%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졌다. 또 고정이하 여신액에 대한 총 대손충당금이 비율을 나타내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131.9%에서 157.4%로 25.5%포인트 높아졌다.
꼬리표 같은 ‘공적자금’의 부담 속에서도 우리금융이 출범 7년여 만에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 등 금융기관을 평가하는 모든 분야에서 최우량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했음을 입증하는 성적이다.
■ 박병원 우리금융그룹회장
“방카슈랑스 차원 넘어 비은행 부문 역량 강화”
"지주회사는 첫째도 시너지고 둘째도 시너지다. 단지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같은 차원을 넘어 고객 입장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엘리트 경제관료에서 총자산 264조3,000억원의 자산규모 국내 1위 금융지주사 CEO로 변신한 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박병원 우리지주회장은 마치 오래 다녀본 길을 걷는 사람 것처럼 조금의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다. 취임 후 밝힌 "금융산업 모든 분야에서 국내 1등이 되고, 나아가 씨티그룹이나 HSBC 같은 세계적인 금융그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향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우리금융의 가치제고와 향후 민영화를 위한 기반구축을 위해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의 시너지를 통한 투자은행(IB)부분이 역량 강화 ▦카드 등 비은행부문의 역량강화 ▦해외시장 진출 등을 신규 수익원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달 초 박 회장은 런던과 뉴욕에서 기업설명회를 가졌다. 5월 홍콩, 싱가포르, 7월 도쿄에 이어 취임 6개월 동안 3번째 해외IR투어로, 박 회장은 이를 통해 세계의 금융중심에서 우리금융의 민영화와 향후 경영방향을 설명하고 투자자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했다.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빈틈없는 진용을 갖추고, 세계화를 선도하고, 수익성을 높여 기업가치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민영화 성공의 해법이라는 것을 박 회장은 남보다 한발 빠른 행보를 통해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외환위기 이후 8조원 가까운 혈세를 투입했던 국민 모두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 이것이 '우리'의 강점
혹독한 외환위기 겪으며 ‘기업 금융 노하우’ 쌓아
"기업 금융의 전문성과 맨파워로 금융지주사의 정상을 정복한다."
우리금융지주가 치열한 금융지주사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우리금융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우리금융 직원들은 혹독한 시련 속에서 키워온 근성이 경쟁 금융그룹들과 남다른 기업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중견 이상의 조직원들이면 누구나 외환위기를 겪으며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감원되는 아픔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금융을 주로 하던 금융 기관들과 달리 우리금융은 관치 금융의 멍에 속에서 기업들에 대출을 해오면서, 경제 위기 때마다 그 손실을 고스란히 떠 안야 했다. 하지만 그런 아픔 속에서 다른 어떤 경쟁사보다 뛰어난 기업 금융 노하우를 쌓아왔고, 그 결과가 이제 시작될 투자은행(IB)시대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정상급 LG투자증권의 인수 성공은 IB경쟁에서 앞서 비상할 수 있는 날개가 됐다. 우리금융은 국내 최초로 고객의 전계열사 거래 자산규모를 합산해 고객 등급을 정하고 차별화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즉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을 동시에 거래하는 고객의 경우 예전보다 더 높은 우대기준을 적용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중국시장 진출 자격요건에 미달되는 우리투자증권 대신 우리은행이 영업권을 취득해 우리증권의 중국진출을 돕는 등 두 계열사가 벌써부터 여러 분야에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게다가 은행과 증권을 중심으로 중국 등 신흥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영업의 현지화를 진척시키면서 글로벌화에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의 국제팀을 글로벌 사업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한국계 기업 해외지사와 상사, 현지 교포 등을 위주로 하던 과거 영업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에 진출하기 위해 유망지역을 선정중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4월에는 중국 현지법인 설립인가와 등록을 마쳤고,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 법인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6월 베트남사무소 설치인가를 받았으며, 아시아 금융 중심인 싱가포르에 IB센터설립을 추진 중이다.
반면 우리금융이 해결해야 할 약점은 은행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캐피탈 및 LIG생명 인수경쟁에 적극 나서며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부족한 점을 메워 나가고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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