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규용 환경부 차관이 자녀 진학을 위해 세 차례나 위장전입을 했던 사실을 알고도 후임 환경부장관으로 내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내정자도 위장전입 전력을 시인하고 잘못을 인정했다.
자녀 교육문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한국적 상황을 감안한다 해도 위장전입은 엄연히 실정법 위반이다. 그 동안 엄격한 인사검증을 강조해온 청와대가 이 문제를 그냥 넘겼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안된다.
청와대측은 "자녀 학교를 위해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를 옮긴 행위는 문제가 있지만, 장관 임명을 해서는 안될 정도의 최종적인 결격사유로 보고 있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 다른 공직자들도 그런 사례들이 있었고, 이 장관 내정자의 경우도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아야 할 정도의 중대 사유로는 볼 수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PD연합회 창립 20주년 축사에서 한 말과는 거리가 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음주운전 하나만 있어도, 옛날에 부동산 상가 하나만 있어도, 그리고 무슨 위장전입 한 건만 있어도 도저히 장관이 안 된다"고 대못질을 했다.
청와대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언론들이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의혹에 대해서는 진실규명을 할 생각은 않고, 정파 간 공방을 중계방송만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했던 얘기다. 노 대통령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임을 감안한다 해도 청와대의 공식 해명과는 달라 어느 기준에 맞춰 판단해야 할지 헷갈린다.
이 문제를 놓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신당측은 청와대의 앞뒤 안 맞는 장관 내정을 비판하며 내정 철회를 요구한 반면, 한나라당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눈치다. 피차 이명박 후보 위장전입 문제의 재쟁점화 가능성을 내다보는 정략적 대응이다.
청와대가 이런 상황까지를 계산에 넣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를 부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청와대의 일관성 없는 검증 기준이 대선 정국에 또 하나의 혼란거리를 제공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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