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시장의 의표를 찔렀다. 심지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1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5% 포인트 인하한 데 더해 재할인 금리까지 0.5% 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4년여 만의 파격적인 금리인하에 시장은 즉각 랠리로 환호했다. 뉴욕증시에서 완만한 상승세로 출발했던 다우존스지수는 금리인하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수직 상승해 5년래 최대폭인 335.97 포인트(2.51%) 급등했다.
19일 아시아 증시도 자국 금리동결 기대감을 업은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가 3.75% 포인트 급상승 하는 등 중국 증시를 제외하곤 2~3%의 안도 랠리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긴급처방이 앞으로 미국과 세계경제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에 대해선 다시 한번 격론이 일고 있다. 이번 조치가 경제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전망과 직결되는 논란이다.
FOMC는 회의 후 성명을 발표해 "신용시장 경색이 주택시장의 조정 강도를 높이고 경제성장을 전반적으로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오늘의 조치는 금융시장 붕괴로 야기될 수 있는 경제 전반에 걸친 부정적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그 동안 신용경색의 확산 및 경기침체 가능성을 들어 금리인하 압력을 가해온 월스트리트의 주장을 수용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에 투자한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은 투자와 관련한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탈 경우, 막대한 지급손실이 발생한다.
때문에 이들은 시장 전문가와 언론 등을 통해 "유동성을 달라", "금리를 내려라", "경기가 침체한다" 는 등 압력성 주장을 집중적으로 퍼뜨렸다. 8월 미국 일자리수가 예상과 달리 4,000개가 줄고, 같은 기간 소매판매도 0.4% 하락했다는 통계는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하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월스트리트이다.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은 "이번 조치가 최소한 금융불안 우려를 해소하고, 200만 모기지 채무자들의 부담과 고용감소를 막아 실물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적지않은 전문가들은 "0.50% 포인트 금리인하는 무책임했다. FRB가 미국 경제를 '싼 돈(cheap money)'에 중독시키고 있다"는 피터 쉬프 유로퍼시픽캐피털 애널리스트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월스트리트와 주택시장의 거품을 묵인하고 무책임한 투자자를 구제함으로써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번에 미봉된 고위험 채권 시장의 부실은 더 어려운 상황에서 반드시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조치가 국채금리 하락(가격상승)과 가뜩이나 약세를 타고 있는 달러의 추가 하락 경로를 통해 미국 경제에 부정적 '부메랑효과'를 낼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일단 국채금리가 하락하면 상품 매력이 떨어지고, 이는 지난해에만 1조 달러에 달한 미국 내 해외자금의 유입을 감소시켜 미국 내 기업 자금흐름에 영향을 주는 장기금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 역시 수입물가 상승 및 소비 여력의 감소경로를 통해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목적과는 상반되는 역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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