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나리’가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전국에서 16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큰 피해가 난 데 이어 제12호 태풍 ‘위파’가 뒤따라 북상 중이어서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17일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서 중국 쪽으로 북서진 중인 위파가 18일 강한 태풍으로 발달한 뒤 19일 중국 상하이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며 “위파가 많은 수증기를 한반도에 공급하면서 19, 20일 전국에 큰 비가 내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위파는 중국 연안을 따라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해 쪽으로 방향을 틀면 한반도 서부가 직접 영향권에 들 수 있다. 기상청은 “18일 오전에는 정확한 진로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1호 태풍 ‘나리’는 17일 새벽 경북 내륙에서 온대 저기압으로 변해 소멸했지만 제주에서만 6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되는 등 남부 지역에 큰 피해를 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일 오후 4시 현재 태풍 나리의 영향으로 전남에서도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등 모두 1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고 밝혔다. 제주에서는 257가구 594명, 전남에서는 55가구 142명 등 모두 317가구 745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경지와 도로 피해도 잇따랐다. 제주에서는 1만 9,800헥타르, 전남에서는 1만3,000여 헥타르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제주와 목포 등 항ㆍ포구에 정박해 있던 어선은 37척이 좌초되거나 침몰했다. 제주와 전남 등 6개 시도에서 26만 5,000가구의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제주 인하동과 노형동, 서귀포시 중문 등 8,000여 가구 주민은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전기공급이 중단된 데다 상수도 취ㆍ정수장 시설 침수 등으로 수돗물 공급이 끊겼지만 복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학교시설도 초등학교 3개교와 병설유치원 1곳이 침수돼 임시 휴업했고 초등학교 41개, 중학교 15개, 고등학교 16개 등 72개교가 교실과 체육관 지붕 등이 파손돼 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태풍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전남 고흥군 고흥읍 일대도 빗물에 떠내려 온 황토 및 토사로 뒤덮였다. 하수구는 인근 남계천이 범람하면서 쏟아져 들어온 수초와 쓰레기로 넘쳤다.
2시간 동안 217㎜의 기록적인 폭우에 잠겼던 고흥읍 재래시장 상인 오모(50ㆍ여)씨는 “추석 대목에 팔려고 수족관에 보관 중인 활어와 냉장고까지 물에 쓸려 갔다”고 하소연했다. 재난대책본부는 “복구작업과 함께 피해조사를 벌이고 있어 전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흥=김종구 기자 sori@hk.co.kr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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