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곡가 최명훈(33)씨가 다음달 창단되는 실내악 앙상블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의 상임 작곡가로 선정됐다. 최근 금호아시아나재단이 실시한 공모에서 만장일치로 뽑힌 최씨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와 이유라 등 쟁쟁한 20대 연주자로 구성된 이 앙상블을 통해 1년간 신작을 발표하게 된다.
최씨는 국제윤이상음악상에서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최종 결선에 올랐다. 입상은 못했지만 음악상 운영위원이자 국제윤이상협회 회장인 볼프강 슈파러의 추천으로 다음달 독일 하노버에서 무지카 비바 앙상블이 그의 출품작 <사무다야> 를 연주한다. 사무다야>
경원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독일 브레멘 국립예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최씨는 이미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곡가다.
25세 때 역대 최연소로 안익태 작곡상 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국내 작곡 콩쿠르를 휩쓴 뒤 전(全)독일 음대 콩쿠르와 다름슈타트 음악제, 일본 다케후 국제음악제 등에서도 잇달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정몽헌 회장의 자살을 소재로 한 오페라 <살다보면(unterwegs)> 을 독일에서 올려 호평을 받기도 했다. 살다보면(unterwegs)>
그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두 작곡가, 윤이상과 박영희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윤이상 선생과 영적으로 연결된 느낌”이라는 최씨는 윤이상이 죽던 밤, 밀림 같은 해바라기 숲에서 가장 굵고 큰 해바라기의 목이 부러지고 먹구름이 몰려오는 꿈을 꿨다.
다음날 아침 뉴스에서 윤이상의 사망 소식을 접한 그는 윤이상을 위한 현악4중주 <윤> 을 작곡했고, 이 작품으로 97년 국제현대음악협회 세계음악제에서 입선했다. “94년 윤이상음악축제에서 처음 그의 음악을 접했을 때 온 몸에 전율을 느꼈어요. 마치 마약처럼 그의 음악을 빨아들였어요.” 윤>
브레멘 국립예술대 교수인 작곡가 박영희에 대해서는 “작곡가로서 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는 분”이라고 말했다. “저한테 달리기를 시키셨어요.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는데, 달리기를 하면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맑아지잖아요. 이성과 감성을 분리할 수 있는 힘을 찾으라는 뜻이었죠.”
그는 오랫동안 불교를 탐색해왔다. 불교의 교리를 담은 <제(諦ㆍsatya)> 연작과 <석굴암> 연작 등 많은 작품이 불교에서 나왔다. 2001년작 <여래십호> 에 대해 독일 언론은 “아틀라스가 부처를 업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나의 음악이 무엇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불교를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래십호> 석굴암> 제(諦ㆍsatya)>
최씨는 독일에 남지 않고 올해 초 한국으로 돌아왔다. “앞선 세대의 작곡가들은 작품 활동을 위해 해외에 있어야 했지만 한국도 이제는 음악의 변방이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자생적으로 작곡가가 나올 수 있는 때가 됐습니다.” 그는 일본을 본거지로 하면서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일본 작곡가 도시오 호소가와를 모델로 들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다케후 음악제처럼 작곡가가 중심이 된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다는 꿈도 덧붙였다.
최씨는 다음달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에 참가하고, 12월 국립극장의 ‘떠오르는 안무가’ 무대에 오르는 아내 이혜경씨를 위해 무용 음악도 구상 중이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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