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야구장를 지을 것인가, 정수장 터로 보존할 것인가.”
서울 광진구 구의정수장 용지 활용을 싸고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동대문야구장 대신 간이야구장을 지으려고 하고 있고, 문화재청은 최초의 근대식 정수장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논란은 문화재청이 최근 서울시와 대한야구협회가 간이야구장을 세우기로 합의한 구의정수장 용지를 등록문화재로 등록하면서 시작됐다. 문화재청은 구의정수장이 1936년에 일제에 의해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정수장으로 취수에서부터 침전, 약품처리 등 모든 과정이 온전히 남아 있어 근대산업시설로 보존가치가 커서 수도박물관 등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야구장 건설 업체까지 선정된 마당에 구의정수장을 대체할 부지를 탐색할 수 있는 시기도 지났다”며 “문화재청을 설득해 간이야구장 건설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2년부터 지금까지 등록된 근대문화재 341건 모두가 등록 예고된 뒤 예외 없이 근대문화재로 확정된 사례를 볼 때 시의 뜻이 관철될 가능성은 없다. 구의정수장의 문화재 지정 여부는 30일의 예고 기간을 거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시 관계자는 “구의정수장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정수장의 일부를 보전하고 나머지 공간에 야구장을 짓기 위해 형상변경신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재청 한 관계자는 “4개의 정수공장이 각각 30년대(일제), 40ㆍ50년대(미국식), 70년대(한국식)에 지어져 한국 수도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하나의 정수장에 시대별 정수공장이 공존하고 있는 것도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라며 “정수장 전체를 보존할 가치도 있다”고 말해 시의 형상변경신고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야구계의 강경한 태도이다. 한국야구협회 관계자는 “구의정수장 야구장 건설 계획이 무산되면 동대문야구장을 철거 하지 않기로 서울시와 구두 합의했고 9월 초에도 재차 서울시에 확인, 현재 구두 합의 내용을 문서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구의정수장의 문화재 등록 예고와 함께 애초부터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반대했던 ‘동대문운동장 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와 신월정수장의 자연 생태를 보존하자는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동대문운동장을 근대체육의 성지로 만들어 한국의 체육사를 기념하는 사적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 관계자도 “뛰어난 생태환경을 자랑하고 있는 신월정수장도 생태환경 자연사박물관이나 자연 생태 체험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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