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으로 밝혀진 미 민주당 정치자금 모금책 노먼 슈 사건으로 가장 난처해진 민주당 정치인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다. 슈는 다른 정치인들을 위해서도 정치자금을 거뒀으나 힐러리 의원에게 가장 많은 액수인 85만 달러를 모아 줬고 직접 기부한 액수도 2만3,000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슈가 최근 집중적으로 힐러리 의원을 도와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는 얘기가 퍼져 있기 때문에 슈의 비리는 곧바로 힐러리 의원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슈는 1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해야 주어지는 ‘힐레이저(Hillraiser)’라는 칭호로 불려지기도 했다.
힐러리 의원측은 슈의 사기 행각을 몰랐다는 점에서 법적인 문제 보다는 정치적, 도덕적 이미지에 가해질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힐러리 의원이 이번 사건으로 ‘어떠한 돈이라도 우선 집어 삼키고 보는 탐욕적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편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도 클린턴 부부는 문제가 있는 기부자나 자금 모금책과 사진찍기를 남발했기 때문에 상당수 유권자들이 힐러리 의원을 이미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는데 ‘설상가상’이 된 것이다.
힐러리 의원측은 그러나 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처하는데 기민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슈가 직접 기부한 2만3,000 달러는 슈의 정체가 드러나자 마자 자선단체에 기부, 비교적 신속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힐러리 의원측은 또 기부자나 자금 모금책의 범죄 전력 등을 세밀히 검사해 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슈가 자금 모금책으로 관여한 85만 달러에 대해선 6일 슈가 체포된 이후에도 4일 동안이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10일이 돼서야 마지못해 85만 달러를 기부자 260여명에게 되돌려 주겠다고 발표했다. 85만 달러는 힐러리 의원측이 선거자금으로 확보하고 있는 4,500만 달러의 약 2%에 해당한다.
힐러리 의원측이 85만 달러를 반환하는 데 머뭇거렸을 뿐만 아니라 여기서 한술 더 떠 “260명의 기부자에게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반환 후 자발적으로 다시 기부해준다면 그것은 수용할 것”이라며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해 논란이 한층 커진 상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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