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생활을 하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해외 도피 중이던 신정아씨가 16일 잇따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1차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변 전 실장과 신씨의 사법처리 여부는 물론, 변 전 실장의 신씨 비호의 실체, 이른바 '숨겨진 신씨 비호세력'의 존재 여부 규명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변 전 실장에 대해 검찰이 확인해야 할 부분은 우선, 신씨가 동국대 교수,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등으로 임명되는데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변 전 실장은 이미 청와대 조사 과정에서 신씨의 광주비엔날레 감독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힌 상태다. 검찰은 또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으로부터 "변 전 실장이 신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을 추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청와대, 기획예산처 등 정부 부처와 기업들이 신씨로부터 그림을 매입하고 신씨가 기획한 전시회에 거액을 협찬하는데 변 전 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이 밖에 변 전 실장이 "불교계의 숙원 사업을 해결해줬다"는 의혹과 이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신씨에 대해서는 가짜 예일대 졸업증명서 등을 동국대에 제출해 교수로 임용됐는지 여부가 우선 확인 대상이다. 해외 도피 경위나 도피 자금의 출처 등도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신씨의 경우 예일대 졸업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물증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업무방해 혐의에 의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한 상태다. 변 전 실장도 직권남용이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 등에 대한 법리적 논란은 있지만 그 동안의 참고인 조사나 검찰의 전격 소환 등을 감안할 때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사법처리가 수사 종결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이르다. 이날 해외 출국을 시도하는 등 수상한 정황을 보인 장윤 스님, 홍 전 총장, 광주비엔날레 감독 선임 관계자들, 신씨의 그림을 구입한 정부 부처와 기업체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종교계, 교육계, 문화계, 재계의 추가 비리가 더 드러날 경우 파장이 확산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변 전 실장 이외의 신씨 비호세력 존재 여부에 대한 규명 작업이 남아 있다. 시중에 거론되는 정권 핵심 실세 등이 신씨와 친분이 있었는지, 그를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검찰은 신씨의 입을 여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모든 진상을 알고 있는 인물은 사실상 신씨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어디까지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수사의 방향과 범위가 결정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도 주목 대상이다. 검찰은 변 전 실장에 대한 수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다가 늑장수사 의혹을 받은 바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벌써부터 "변 전 실장만으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다면 특검을 도입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권력형 비리 수사의 전형적인 형태인 '중간수사결과 발표 후 유야무야 사건 종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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