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채권) 부실 여파로 영국의 모기지 전문 은행에 긴급 구제금융이 투입되고 예금인출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국내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금융불안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쇼크가 영국을 기점으로 유럽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제5위 모기지은행인 노던록이 영국 중앙은행(BOE)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천명의 노던록 예금주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 지점 앞에 장사진을 쳤다.
14일 하루 동안 노던록 전체 예금액 중 4%인 10억 파운드의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던록은 영국내 관련 시장 점유율 8.4%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증시도 급락했다. 주요 금융회사들의 하락폭이 컸다. 14일 노던록의 주가는 하루동안 31%가 떨어졌으며,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 방크는 1.3%,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는 1.7%, 유럽 최대 은행인 UBS는 1.1%, 프랑스 4위 은행인 나티시스는 4% 하락했다.
대출 전문업체인 브래드포드 앤 빙글리 7.7%, 아일랜드 은행인 앵글로 아이리쉬 뱅크와 얼라이드 아이리쉬 뱅크도 각각 6%, 2.1%씩 떨어졌다.
금융시장 불안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LG경제연구원은 이에대해"내년 상반기까지"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16일'서브프라임 위기 이후의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라는 보고서에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주택시장과 국제금융시장이 추가 부실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각국의 환율, 금리, 원자재가격의 움직임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도 자칫 위기에 휩싸일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정부와 금융기관이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세계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소비와 투자부진을 초래하면서 미국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경제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불황국면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안정을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8일 정례회의를 열어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미국의 CNN 등은 "시장관계자들이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금리 인하폭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과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가진 FRB가 현재의 사태를 어떻게 진단하고 인하폭을 결정할지 세계 금융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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