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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의 미디어 비평] 대통령 노무현·부시 언론의 평가·역사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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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의 미디어 비평] 대통령 노무현·부시 언론의 평가·역사의 평가

입력
2007.09.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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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이 그러했다면 왜 나는 안 되나?" 최근 캔사스시티를 방문한 조지 부시가 현역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트루먼은 재임시 미국내에서 벌어진 대규모 노사분쟁과 미국의 한국전 참전 결정으로 대통령 지지도가 22%까지 떨어질 정도로 인기가 바닥이었다.

당시 언론은 미국에 대통령이 트루먼과 맥아더 두 명이 있다고 할 정도로 그의 리더십을 평가절하 했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대개 트루먼을 미국의 십대 대통령으로 꼽는다.

현재 부시의 인기도 이라크 전쟁 탓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닉슨과 비슷하다. 그런데도 체니 부통령은 지난 7월 CNN '래리 킹 인터뷰'에서 부시가 임기가 끝나는 2009년 1월 이후에는 트루먼처럼 재평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가 중동문제 해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가들은 대통령을 평가할 때 '위대한'(great)으로부터 '보통'(average)을 거쳐 '실패한'(failure) 대통령까지 7점 척도로 평가한다.

미국에서 위대했다고 평가받는 대통령은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그리고 프랭클린 루즈벨트이며, 여기에 토머스 제퍼슨과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미국의 '톱 5' 대통령으로 합류한다.

트루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셜 플랜으로 유럽을 부흥시켰고, 공산주의가 동아시아로 확산되는 것을 한반도에서 막아낸 공로가 있어 퇴임 후 역사가로부터 높은 인정을 받았다.

언론의 평가와 역사가의 평가가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트루먼과 함께 미국 십대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먼로, 윌슨, 케네디, 레이건 등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이 주관한 지난 2005년도 조사에 따르면 부시는 43명 미국 대통령 중 19위였다. 하지만 부시는 이라크 전쟁에 계속 끌려가고 있어 실패한 대통령 반열에 들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인지 부시는 트루먼의 한국전 참전 결정 이후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사실과 핵무기는 가지고 있지만 인민이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북한을 비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나아가 미군의 베트남 철수를 실패한 국가적 결정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주장에는 이라크 전쟁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지만 퇴임 이후에는 역사가에게나마 제대로 평가받고 싶은 부시의 바램이 담겨있다.

한국에선 정부수립 이후 이승만부터 노무현까지 9명의 대통령이 나왔다. 취임 초에는 이 분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상당히 높았지만 임기 말에는 예외 없이 쫓겨나다시피 퇴임하곤 했다.

그래도 레임 덕은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현역 대통령마저 신정아 가짜학위 사건에 말려든 꼴이 됐다.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깜도 되지 않는 스토리"라고 너무 단정적으로 말해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기자실을 개편하는 취재시스템 선진화 문제로 임기 말에 언론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어떤 대통령이든지 그 업적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세대는 지나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한 세대를 20년으로 친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제대로 평가하는 데도 앞으로 40년쯤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에 대한 먼 훗날의 평가는 그만두고라도, 지금 국민들의 소망은 '레임 덕' 없이 임기 말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대통령의 말, 그리고 언론과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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