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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파놉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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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파놉티콘

입력
2007.09.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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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놉티콘'은 사회학자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이상적인 감옥의 이름이다. 그리스어로 다(pan) 본다(opticon)는 뜻으로, 중앙에 원형 감시탑이 있고 그 바깥에 동심원처럼 감옥이 배치된다. 감시탑에서는 죄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지만, 죄수들은 교도관들을 볼 수 없는 '시선의 비대칭성'이 특징이다.

그래서 죄수들은 항상 감시 받는 것처럼 행동하며 스스로 감시하게 된다. 파놉티콘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 이라는 저서에서 현대사회의 억압적 구조를 설명하는 핵심 용어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씨가 주고 받은 이메일이 일파만파 파장을 낳으면서 개인의 사생활이 낱낱이 드러나는 정보화 사회의 이면이 논란이 되고 있다.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하면서 개인용 PC에는 은밀한 비밀이나 사생활에 관한 자료가 그대로 보관돼 있는 경우가 많다.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압수하는 품목도 개인용 PC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아무리 삭제된 기록이라도 전문가들의 손을 거치면 모두 복원된다. 특히 이메일은 은밀한 사적 관계나 내부 논의 과정을 밝혀내는 결정적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메일뿐인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 받은 기록도 수사기관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개인의 활동 반경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서비스를 통해 항상 추적이 가능하다. 위치추적 조회 수는 월 평균 1,800만 건에 이른다. 도시에서는 폐쇄회로TV(CCTV)의 감시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사무실 내에서는 물론, 길거리에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개인 행동을 감시하는 CCTV가 늘어나고 있다. 변 전실장이 신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1,000만원이 넘는 목걸이를 구입한 내역도 신용카드에 그대로 남아 있다.

▦정보화 사회의 미래는 기술이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 '유토피아'로 보는 시각과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로 보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우리 현실을 둘러보면 두 측면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보화로 인해 권력이 개인을 통제하기 쉽게 된 측면도 있지만, 신정아 사건이 보여주듯 권력에 대한 감시에도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보화 사회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대단히 투명한 사회라는 점이다. 혼자 있을 때도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한다는 '신독(愼獨)'의 자세가 필요한 시대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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