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오노 나나미 지음ㆍ한성례 옮김 / 부엔리브로 발행ㆍ356쪽ㆍ1만7,500원
기독교의 영향 때문인지 서구인들에게 로마의 역사는 그다지 호의적으로 비춰지지 않았다. “아우구스투스의 업적은 로마의 쇠망을 조금 더 늦췄을 뿐”이라고 폄하한 토인비를 비롯해 많은 서구 역사가들은 “공화정시대는 존경하지만 제국이 되자마자 로마의 타락이 시작됐다”는 식으로 평가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로마 황제는 선량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한으로 그려진다.
<로마인 이야기> 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60)는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 반문을 제기한다. 로마에는 아우구스투스 이후에도 500년 이상 제국이 지속된 원동력, ‘그 무엇’ 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는 ‘그 무엇’을 밝혀내는 과정이다. 또> 로마인>
시오노 나나미는 1,000년 로마의 원동력을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첫번째는 법률에 의존했던 로마인들의 태도다. 인간행동의 원리를 종교에서 찾은 유대인, 철학에서 찾은 그리스인들과 달리, 로마인들은 법률을 행동의 준거로 삼았는데 그것은 각기 다른 신앙과 다른 지적 수준을 갖춘 다민족 다문화의 구성원들이 공생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신중하면서도 끈기있는 로마인들의 개혁의지다. 왕정, 귀족정, 민주정, 독재정으로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변화한 그리스와 비교하면 오랜 기간 동안 왕정, 공화정, 제정으로 바뀐 로마의 정체(政體) 변화는 둔한 소처럼 답답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로마인들은 한번 개혁의지를 다지면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기원전 4세기 7개월간 켈트족의 침략을 받아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로마가 이를 극복해간 과정이 좋은 예다.
20년 만에 로마의 복구가 어느 정도 끝났지만, 조금만 회복되면 반성의 자세를 금방 잊는 다른 민족과 달리 로마인들은 로마 부흥-방위체제 확립-내정 개혁 이라는 개혁 프로세스를 단호하게 밀고 나갔다.
이밖에도 위기상황에 맞닥뜨리면 귀족과 평민을 단결하게 만드는 상호간의 ‘신의’, 전쟁이 터지면 앞장서 나가 싸웠던 귀족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도 로마의 영광을 뒷받침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로마인 이야기> 의 여운을 즐기려는 시오노 나나미의 고정독자들에게도, 15권에 달하는 <로마인 이야기> 를 버거워하는 이들에게도 로마사 입문서로 유용한 책이다. 책 마지막에 지적 능력, 설득력, 자기제어 능력 등의 기준으로 카이사르, 키케로 등 28명을 평가한 ‘고대 로마 지도자의 성적표’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5년작. 원제 ‘The Story of Romans’. 로마인> 로마인>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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