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야외활동이 부쩍 늘었다. 걷기와 달리기 등 운동을 시작하거나 단풍구경을 위해 산을 찾는 사람도 많아진다. 적당한 야외 활동은 환절기의 인체 불균형을 바로잡아 몸을 활성화하고 근력도 키워준다.
그러나 운동을 갑자기 시작하면 이런저런 후유증을 얻을 수 있다. 근육이나 힘줄, 인대에 부상을 입거나 심장혈관ㆍ호흡기계에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먼저 자신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의사와 상의해 운동 종목과 방법, 강도 등을 결정하고, 건강해도 갑자기 강도 높은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운동 전후 스트레칭 등을 통해 부상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달리기와 걷기, 등산에서 흔히 발생하는 부상과 대책을 알아본다.
■ 달리기
달리기를 하다가 흔히 입는 부상은 ‘아킬레스건염’. 아킬레스건은 달리거나 걸을 때에 필요한 근육이 모여 있는 곳으로 체중을 최종적으로 받쳐주는 부위다. 무릎과 마찬가지로 반복된 강한 충격을 지속적으로 받아 피로가 누적되거나, 삐거나 다른 부상을 당한 경우에 염증이 발생하기 쉽다.
평지에서는 괜찮다가 오르막길에서 심한 통증을 느끼는 ‘연골연화증’, 내리막길에서 통증을 느끼는 ‘장경인대증후군’도 입기 쉬운 부상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미리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과 강도를 정해야 한다. 달리기는 좋은 운동이지만 고혈압 등 순환기질환이나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질환이 있으면 운동 시작 전에 의사와 상의해 적정 강도와 횟수를 정해야 한다. 또한 운동 전후에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으로 준비ㆍ정리를 충분히 해야 한다.
빠르게 달리다가 부딪치면 근육이나 인대가 늘어나는 염좌(삠)가 생길 수도 있다. 염좌는 조직과 혈관이 파괴되고 제 자리를 벗어나는 것으로, 고르지 못한 지면을 달리다가 자주 발생한다. 염좌가 생기면 심하지 않아도 운동을 일단 그만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보자는 신스플린트(shin splints)라는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경골과 그 안쪽에 있는 근육 사이의 근막이 손상돼 아픈 것을 말한다. 이는 근력이나 근육의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운동을 지나치게 할 때 발생한다. 또 뒤꿈치보다 앞쪽이 얇은 창의 신말을 신을 때에도 걸릴 수 있다. 이런 신발은 앞쪽이 지면에 닿게 돼 그만큼 정강이에 충격을 크게 주게 되기 때문이다.
달리는 도중에 경련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근육에 통증이 생기면서 근 섬유 사이를 지나가는 혈관들이 압박 받아 근 조직으로 가는 피가 차단돼 경련을 일으킨다. 이때에는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면 피가 통해서 증세가 없어진다. 이러한 경련 증상을 예방하려면 훈련 전 물 한 컵을 마시면 좀 도움이 된다.
가볍게 달리는데도 가슴에 통증이 오거나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 부정맥이나 협심증이 심한 사람, 혈압이 높거나 골다공증 환자는 달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질환자가 무리하게 달리다가는 맥박이 불규칙해지면서 가슴통증이 오며, 심하면 호흡곤란이나 현기증으로 정신을 잃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을 나타나는 사람은 달리기보다 걷기를 하는 게 좋다. 운동 시간은 처음에는 3~5분으로 가볍게 시작해 점차 운동 시간을 늘려가야 몸이 무리 없이 적응한다. 횟수는 주당 3~4일이 적당하다. 운동은 딱딱한 아스팔트나 울퉁불퉁한 곳보다 고른 운동장이나 전용 트랙이 좋고, 충격을 잘 흡수하는 전문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옆 사람과 말할 수 있을 만큼 여유있게 걷는 게 좋고, 당뇨병 환자는 달리기나 걷기보다 수중 걷기가 효과적이다. 또 관절염 환자는 무릎 통증을 완화시키고 근력을 강화하는 뒤로 걷기가 권할 만하다.
또한 마라톤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일명 ‘러너스 니(runner’s knee)’라고 불리는 무릎 부상이다. 착지할 때 무릎부분에 지속적으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이 부위 부상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 원인은 근육의 유연성이 없을 때, 낡은 신발을 신을 때, 무리한 주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은 훈련이 지나치게 해서 생긴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당장 달리기를 중지하고 하루에 2~3회씩 무릎에 얼음찜질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 등산
등산은 심폐기능을 강화하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예방ㆍ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또 스트레스를 해소해 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며, 다리와 허리 근력 강화 효과도 뛰어나다. 이처럼 장점이 많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가장 흔한 부상은 무릎통증. 건강한 사람도 무리하게 등산하면 무릎통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평소 통증이 있는 사람은 악화되기도 한다. 반복 운동으로 무릎 주위 근육이나 힘줄이 무리했거나 관절 압력이 늘기 때문이다.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힘이 더 드는 것도 무릎을 더 많이 구부리기 때문이다. 평소 무릎 통증이 있는 사람은 등산 전 1주일 정도 무릎운동을 집중적으로 해서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지혜다.
심장질환이 걱정되면 등산 도중 자신이 느끼는 모든 증상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특히 협심증 증상인 가슴통증을 조심해야 한다. 등산 초기에 가슴이 아프다가 조금 지나면 없어지곤 하는 증상은 협심증일 가능성이 높다. 흔히 운동 부족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심장병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을 느끼면 등산을 중단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정상인도 준비운동과 함께 정상에 오른 뒤나 하산한 뒤에 반드시 정리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하다가 갑자기 멈추면 팔ㆍ다리의 피가 심장으로 돌아오는 속도가 느려져 뇌 혈류가 줄면서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
산에 오를 때는 보폭을 평지보다 좁혀 리듬감 있게 걷는다. 속도는 자신에 맞게 조절하되 2~3㎞를 40~50분에 걷는 게 적당하며 초보자는 30분마다 5~10분씩 휴식하도록 한다. 특히 초보자는 천천히 자주 쉬면서 올라야 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일산백병원 양윤준 교수>도움말=삼성서울병원>
■ 등산객이 지켜야 할 건강수칙
1. 평상시 빠르게 30분 이상 걸을 정도의 체력을 키운 뒤 등산을 시작한다.
2. 남성 45세, 여성 55세 이상은 지병이 없어도 심폐기능을 점검한 뒤 등산한다.
3. 등산 전 10분간 스트레칭, 10분간 걷기를 한다.
4. 가급적 경사가 완만하고 흙이 많은 곳, 잘 알려진 코스로 산행한다.
5. 하산했을 때에도 체력의 30%는 남아 있어야 한다.
6. 지병이 있으면 응급약을 챙기고 동반자에게도 알린다.
7. 골절이 의심될 때에는 다친 부위를 부목으로 고정한 뒤 움직인다.
8. 휴대폰과 여분의 배터리, 호루라기, 손전등, 먹을 거리, 여벌의 옷을 준비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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