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몇 개 쳤어요. 어휴 50등이네.”
모처럼 국내 대회에 출전한 ‘슈퍼땅콩’ 김미현(30)이 첫날 한숨을 내쉬었다. 14일 경기 용인의 88골프장(파72)에서 열린 SK에너지인비테이셔널 1라운드를 마치고 프레스룸을 찾은 김미현은 “오늘 80타대를 치는 줄 알았다. 도대체 내가 몇 개나 쳤죠”라고 물은 뒤 순위표를 직접 확인하더니 “어휴 50등이네. 이게 뭐야”라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날 2오버파 74타로 부진을 보인 김미현은 “그린이 너무 느리고 페어웨이 잔디도 길어 어떻게 쳐야 할지 모를 정도로 샷 감각을 찾지 못했다”면서 “화가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낯선 코스도 코스지만 김미현은 왼무릎 부상 등으로 컨디션도 좋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미현의 무릎부상은 국가대표 시절이던 지난 95년 대표팀 합숙훈련에서 야간에 선배로부터 선착순 달리기 벌을 받다가 넘어지면서 생긴 것. 당시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아 지금도 가끔씩 통증을 느끼는 고질병이 됐다는 것.
‘국내 1인자’ 신지애(19)는 ‘해외파’들을 따돌리고 한국골프 사상 첫 시즌 6승을 향해 내달렸다.
신지애는 이날 4언더파 68타를 쳐 김하늘 김보미 이일희 3명과 공동 선두에 올랐다. 지난 주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 대회에서 시즌 5승으로 최다승 타이를 이뤘던 신지애는 이로써 한국프로골프 시즌 최다승 신기록 전망을 밝혔다. 또 시즌 상금 3억2,500만원의 신지애는 우승 상금 1억원을 보태면 남녀 프로골프 선수 가운데 사상 처음 시즌 상금 4억원을 돌파한다.
특히 이날 신지애는 올해 미 LPGA투어에서 각각 1승씩을 거둔 김미현, 김영(1오버파)과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둬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됐다. 전반에 버디 2개, 보기 1개로 1타를 줄인 신지애는 10번홀(파5)에서 30야드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가는 행운의 이글을 잡아 선두그룹에 올랐다.
신지애는 “대회를 앞두고 무리한 연습으로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왔다”면서 “앞으로 3승은 더 거두고 싶다”고 밝혔다. 디펜딩챔피언이자 LPGA투어에서 뛰는 홍진주는 2타를 줄여 공동 5위에 자리했다.
용인=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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