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내놓은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총리 훈령) 최종안의 핵심은 “정부는 기자들의 취재접근권 보장 요구를 모두 수용했기 때문에 (기자실통폐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의견을 경청하거나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한 마디에 모두 담겨있다.
정부는 20일까지 통합브리핑룸 공사를 모두 마치고, 이르면 21일까지 각 부처 기자들에게 통합브리핑센터로 이전할 것을 일방 통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훈령의 독소조항을 없앴다고 해서 종전과 같은 취재접근권이 보장될 것이라고 보는 기자들은 많지 않다. 참여정부의 취재통제 시스템은 크게 ‘공무원과의 대면접촉 제한’과 ‘기자실통폐합’의 투 트랙으로 진행돼왔다. 출입처에 대한 감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취재현장에서 기자들을 몰아내는 기자실통폐합 작업을 계속 추진하면서, 공무원과의 대면접촉만 지금처럼 하게 해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상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훈령의 독소조항 삭제가 취재접근권 보장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현재도 각 부처 내규를 통해 공무원이 기자를 상대할 때는 사전에 협의를 하거나 사후에 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훈령에서 이 조항을 삭제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 같은 정부 방침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또 한번 기자실통폐합이 이뤄지면 이를 다시 원상복구 하는 것은 어려운 반면, 총리 훈령은 언제든 정부 필요에 의해 개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의견수렴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홍보처는 마치 정부가 크게 양보해 언론, 시민단체, 정치권의 의견을 모두 수용한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특위 박상범 위원장은 이날 “홍보처는 특위와 비공개로 협의를 진행하던 중 정부의 최종 방침을 일방적으로 정해 발표했다”고 밝혔다. 정치권 의견 수렴도 대통합민주신당이 전날(13일) 내놓은 방안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등의 기자실통폐합 전면백지화 요구는 “합리적 요구가 아니라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김창호 처장)는 이유로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당과 홍보처가 사전조율을 통해 ‘중재안’ 이라고 내놓고 이를 받아들이는 작전을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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