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의 피아노 콩쿠르인 클라라 하스킬 국제 콩쿠르가 8월 31일부터 9월 11일까지 스위스 베베이에서 열렸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피아니스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심사기를 보내왔다. 김 교수는 2005년 이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김선욱의 스승이기도 하다.
클라라 하스킬 국제 콩쿠르는 20세기 피아니스트 대백과를 편찬한다면 방대한 분량을 차지할 루마니아 태생 여류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을 기리기 위해 1963년 창설됐다. 올해 21회째인 이 격년제 콩쿠르는 특이한 점이 많다.
수상자를 단 한 명만 가려 하스킬 상을 수여하며, 준결승에서는 독주가 아닌 실내악을 연주하게 한다. 7명의 심사위원이 피아니스트로만 이뤄지지 않는 것도 특이하다.
음악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방위 음악가를 발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까지 바이올리니스트 아르투르 그르뮈요, 지휘자 라파엘 쿠벨릭, 샤를르 뒤투아 등이 참여한 바 있으며 올해는 11월 내한공연을 앞둔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인 랄프 고토니가 함께했다.
26개국 125명의 신청자 가운데 서류심사를 통과한 80명이 콩쿠르에 참가했는데, 한국인 참가자가 1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대회 우승자인 김선욱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킴 신드롬’이라는 유행어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 2차 예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한국 참가자들은 모두 탈락했고, 특히 모차르트와 스카를라티의 곡을 20분간 연주해야 하는 1차 예선에서 지명도가 있는 참가자들이 탈락하는 이변이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모차르트와 스카를라티를 섬세하고 깨끗하게 치는 것이 스케일이 크고 난해한 에튀드(연습곡)를 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나눴다. 이 콩쿠르의 관건은 실내악을 연주해야 하는 준결승이다.
실제로 예선에서 훌륭한 연주를 한 참가자가 실내악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었다. 경험 부족에서 오는 현상이었는데, 앞으로 이 콩쿠르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실내악에 대한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결선에는 일본과 러시아, 루마니아 연주자가 진출해 로잔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협주곡을 연주했다. 결선 연주는 콩쿠르의 권위와 명성에 어울리게 수준이 상당히 높았고, 결국 하스킬 상은 가장 안정되고 성숙하게 연주한 일본인 히사코 가와무라(26)에게 돌아갔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학생들의 전반적인 실력이 아주 우수하다는 것은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심사위원은 “콩쿠르에서 한국 참가자들의 연주를 듣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한국인 입상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좀 더 확실한 자기 주장과 색깔을 갖춘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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