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의 통합브리핑 센터 설치를 위해 외교통상부의 기존 브리핑 룸 철거에 들어간 12일 이후 브리핑 룸 옆 외교부 기자실은 인부들의 망치 소리와 그라인드, 드릴 굉음에 묻혀 있다.
브리핑 룸 철거에 대한 외교부 출입기자들의 항의는 ‘쇠 귀에 경 읽기’ 인 듯 이틀째인 13일에도 공사 소음은 더욱 커졌다. 홍보처는 공사일정에 따라 통합 브리핑센터를 완공할 테니 기자들이 항의를 하든 말든, 불편을 겪든 말든, 상관치 않겠다는 자세다.
홍보처의 이 같은 행태는 기자들과의 약속을 어긴 ‘이중 플레이’다. 지금은 정부와 한국기자협회와 기자실 문제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던 와중이었다.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안영배 홍보처 차장 등 정부측 인사와 기자협회 측 관계자가 협의를 가진 것은 지난달 31일.
협의를 먼저 요청한 정부측은 이 자리에서 기자협회 측 입장을 들은 뒤 요구사항을 문서로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자협회가 소속사를 상대로 한 의견수렴을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홍보처가 브리핑 룸 철거를 강행한 것이다. 박상범 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특위 위원장은 “앞에서는 협상하자고 하면서 뒤통수를 때린 격”이라고 분개했다.
협상의 기본인 신의성실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정부의 태도는 “기자실에 대못질을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호언과 무관치 않다고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명색이 정부가 이런 식으로 야비하게 맹목적으로 나올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무릇 민주주의는 내용 못지않게 절차가 중요하다. 절차를 무시하고 신의도 깬 참여정부가 과연 민주법통을 잇는 정부인지 회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군사정권의 강압적 언론통제와 무엇이 다른 지 의문”이라는 외교부 기자들의 성명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정진황 정치부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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