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나라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고 한다면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곳곳에서 기름을 퍼올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산유국인 이유는 바로 한국석유공사(사장 황두열)가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30개국 99개의 해외 석유개발사업 중 14개국 30개 사업을 진행, 하루 5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베트남 15-1, 11-2광구 개발에 성공해 ‘한국석유공사(KNOC)’라는 이름을 세계 석유산업계에 알리고, 20여년 만에 동해-1 가스전 개발에 성공해 우리나라를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석유공사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성과들이다.
특히 최근 2,3년간 이뤄낸 실적은 일대 전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부시다. 지난해 3월 본계약을 체결한 나이지리아 OPL 321, 323 심해광구는 기대 매장량 20억 배럴로 2005년 입찰에 나온 60여개 광구 중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된 곳이다.
더욱이 입찰에서 초대형 메이저 석유사 ONGC를 꺾고 확보한 것이어서 한국 석유개발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해탐사 경험이 없는 석유공사로선 막중한 도전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12월 본계약을 체결한 러시아 서캄차카 광구 역시 당초 추정 매장량 37억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 카스피해 지역의 잠빌 광구, 아제르바이잔 이남광구 등도 석유공사가 참여하는 대형 광구들이다.
하지만 최근 베네수엘라 등 남미와 러시아에서 불고 있는 민족주의 바람은 해외 석유개발에 암초가 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처럼 갑작스레 국유화를 발표해 석유공사의 지분을 ‘강탈’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가간 자원협력위원회, 정상 자원외교 등 정부간 협력이 없으면 사업의 안정성을 가질 수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 석유공사가 나이지리아,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등의 유망 광구를 확보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자원외교에 힘입었다. 석유공사는 캐나다의 오일샌드(원유를 함유한 암석) 개발처럼 국유화 위험이 없는 나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석유공사는 2010년까지 총 7조원을 투자, 2015년까지 영업이익 20억 달러, 매출액 5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챌린지 20-50’ 비전을 발표했다. 석유공사가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가 공고해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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