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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별

입력
2007.09.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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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 문학과지성사한국 현대소설의 전범 "작품으로만 말한다"

소설가 황순원이 2000년 9월 14일 85세로 사망했다. 그의 부고 기사를 쓴 것이 7년 전이라니, 아득해지는 느낌이다. “황순원은 70년 문학인생을 한결같이 인간정신의 아름다움과 순수성, 자유의 고귀함을 추구해온 한국 현대문학사의 거목이었다.

‘황고집’이라 불릴 정도로 올곧은 작가정신 하나로 그는 식민과 분단, 전쟁과 독재로 점철된 우리 현대사의 격랑을 헤쳐왔다. 그의 타계 소식에 문단 전체가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은 이러한 정신적 사표가 사라졌음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이렇게 기사 리드를 써놓고, 추모사를 부탁하기 위해 당시 한국일보에 <상도> 를 연재중이던 소설가 최인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고인의 타계 소식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자신이 고인의 추천을 받고 등단한 일, 첫딸을 낳았을 때 고인이 장편소설 <일월> 의 여주인공 이름을 따 ‘다혜’(다혜는 최인호의 소설 주인공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라는 이름을 지어준 일 등을 추억하고는, 눈물겨운 추모사를 보내왔다.

견고한 휴머니즘에 바탕해 한국인의 전통적 삶과 정체성, 전쟁 등 현대사의 비극성을 시처럼 서정적인 문장으로 그린 황순원의 소설은 한국 현대소설의 전범이다. 교과서에 실린 그의 짧은 소설 <소나기> 는 순수한 사랑에 대한 원형적 이미지로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언제나 살아있다.

그는 자신의 글에 철저했던 만큼, 세속적 영예를 거부한 꼿꼿한 삶으로도 존경받았다. 수많은 문단 제자들을 길러냈지만 그들의 책에 흔한 후기 한번 안 쓰는 등 일체 잡문 쓰기를 사양했고, 언론의 인터뷰도 거절했으며, 재직했던 대학의 명예박사학위 제의는 물론 정부가 주겠다는 문화훈장도 거부했다.

<별> 은 표제작과 <기러기> <소나기> 등 황순원 단편소설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선집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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