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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 실험 처음부터 '비싼 수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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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 실험 처음부터 '비싼 수업료'

입력
2007.09.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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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주민소환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김황식 경기 하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절차가 13일 중단됨으로써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수원지법이 김 시장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적법절차를 강조한 차원이지만 향후 소환투표 절차재개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번 혼란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명을 받은 소환추진위와 하자 있는 소환청구를 받아들인 하남시선관위에 책임이 있다.

법원은 “주민소환법 제9조 1항은 주민소환투표청구인 서명부에 청구사유를 기재하여 서명을 요청해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하지만 서류 검토 결과 상당수 서명부의 표지에 청구사유가 기록되지 않아 그 서명은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즉 소환추진위가 서명을 받을 당시 표지 청구사유란에 ‘독선행정’이라는 글자만 적어놓았어도 이 같은 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하남시선관위는 주민들에게 말로 설명한 후 서명을 받았다고 하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히 청구사유를 기재해야 효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시 선관위관계자는 “중앙선관위와 도선관위와 협의 후 입장을 정리해 조만간 대응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판결로 보름 가까이 진행된 선거운동은 헛수고가 됐으며 수 억원을 들여 제작하고 발송한 선거홍보물, 투표용지 등도 모두 휴지조각이 됐다. 또 선거운동 기간 불거진 소환찬성 주민과 시장측 간 감정의 골도 아물지 않고 더 깊어지게 됐다.

하지만 주민소환이 취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의 항소여부와 상관없이 주민소환추진위측에서 절차상 하자를 보완해 재소환하겠다는 입장표명을 했기 때문이다. 즉 청구사유가 미기재 된 서명인수 만큼 서명을 다시 받아 재청구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도 혼란은 아직 남아 있다. 진행 중 중단된 소환운동을 어디서부터 다시 해야 하냐는 것이다.

실제 선관위도 “선거운동기간 중 선거가 중단된 것은 유래가 없어 어디서부터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난감해 하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부재자투표인 신고접수부터 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하는 셈이다.

시민 이모(37)씨는 “내편, 네편을 갈라 싸우던 선거운동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소환 무효결정이 내려져 뭐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이 기회에 주민소환투표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입장이 정리돼 똑 같은 혼란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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