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불단행(禍不單行ㆍ나쁜 일은 혼자 오지 않는다)’
요즘 국내 증시를 보고 있노라면 이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간 우군 역할을 해왔던 중국 증시마저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가도 연일 상승하고 있고, 13일로 다가온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 만기일)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증시가 온통 지뢰밭이다.
이럴 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증시가 변동성이 큰 만큼 ‘플레이어(주식투자)보다는 관중(관망)이 되라’고 조언한다.
증시의 발목을 잡는 첫번째 요인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처리 문제. 시장은 18일 열리는 FOMC회의에서 금리인하 조치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밴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비롯한 결정권자의 속내를 간파하기 어렵다. 실제로 버냉키 의장은 1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연방은행 분데스방크 컨퍼런스에 참석해 금리에 관해서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아 시장의 기대를 저버렸다. 결국 증시는 금리향방이 결정되는 18일까지 요동칠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중국 증시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11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1년 만에 최고수준인 6.5%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4.5% 폭락했다.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강력한 긴축 정책이 기정사실화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증시도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하면 경제성장률이 한자리수로 내려 앉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국내 증시에서 중국 후광효과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안을 꼼꼼히 따져 보면 지나친 걱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상해A시장(상해종합지수)과는 달리 글로벌 호재와 악재가 반영되는 홍콩H지수는 0.53% 떨어지는 데 그친 걸 보면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지 경기우려에 대한 움직임은 아닌 것 같다”며 “우리 증시의 중국 관련주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3일 트리플위칭데이가 다가오면서 그 동안 쌓여 있던 매수차익 잔고가 상당부분 청산되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매수차익 잔고가 11일 기준으로 4조7,000억원에 이르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1조~1조5,000억원의 ‘매물폭탄’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서도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만기 당일 차익잔고 청산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라며 “외국인들이 FOMC 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아 의의로 잠잠하게 지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도 심상치 않다. 11일(현지시각)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배럴 당 각각 72.21달러와 78.2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소민재 연구원은 “유가상승은 물가 부담을 높여 중국 당국의 긴축 속도를 높이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또 미국 FRB의 금리인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어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경기둔화)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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