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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소' 납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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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소' 납신다

입력
2007.09.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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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울음을 우는 곳…'

일제강점기 1920년대 시인 정지용이 지은 시 <향수> 에 나오는'얼룩배기 황소'는 흔히 젖소로 오인돼 왔다. 동요로도 잘 알려진 박목월 시인의'엄마소는 얼룩소…'의'얼룩소'(30년대 작품) 역시 많은 어린이들에게 젖소(60년대 이후 일반화한 수입소인 홀스타인종)로 알려져 있다.

한때 한반도 어디서나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잊혀진, 이 시들의 진짜 주인공인 한우'칡소'가 충북 음성의 한 한우농장에서 복원돼 명품 한우로 거듭나고 있다.

기자가 한우농장에서 처음으로 만난 칡소는 언뜻 보기에 호랑이 같은 외모를 지녔다. 한우 고유의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꼭 칡넝쿨을 감아놓은 것 같아서 칡소라고 불리우고 있는 것. 호랑이와 비슷하다 하여 호반우(tiger cattle)라고도 한다.

이 농장을 운영하는 이기호(43)씨는 "칡소라고 하면 칡을 먹인 수입소라는 오해를 가장 많이 받는다"며 "갓 태어났을 때는 여느 한우 품종과 마찬가지로 노란 색이지만, 생후 5~10개월이 되면 몸에 세로 모양의 흑색 줄무늬가 생긴다"고 말했다.

2002년 송아지 3마리로 시작해 현재 이씨가 키우고 있는 칡소는 모두 35두. 이 씨는 "육우업 종사자들도 칡소에 대해 잘 몰라 잡소 취급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12개 칡소 농가들이 '전통칡한우협의체'를 꾸려 전방위로 노력한 결과 떳떳한 한우로서 공인받고 있다"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전국에 존재하는 칡소는 총 250두. 이중 충북지역에만 전체의 절반이 넘는 150두가 사육되고 있다. 거의 멸종하다시피 한 칡소의 복원산지로 충북이 거듭나게 된 데에는 청원군에 위치한 축산위생연구소의 공이 크다.

이 연구소는 전국에서 비교적 순수한 칡소들을 찾아 충북 농가에 보급했으며, 칡소의 유전자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품질을 높였다. 올해부터는 지정 농가가 칡소를 도축할 때 품질인증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품질인증을 받은 칡소는 고급 한우에 해당하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충북 축산위생연구소 최재원(38) 연구관은 "고려시대만 하더라도 한우의 종류는 황우 칡우 흑우 백우 등 9종에 이르렀다"며 "특히 칡소는 힘이 셀 뿐 아니라 왕들의 수랏상에 오를 정도로 맛도 좋아 1900년대 초에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소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것이 20년대 일본의 모색통일(毛色統一) 정책과 60년대 선택적 한우개량사업을 거치면서 칡소는 사라지고 황우만 남았다는 것. 최 연구관은 "3년 내로 충북 칡소수를 2배 이상 늘려 300두로 만들 계획"이라며 "칡소의 안정적 보존과 확대를 위해서는 농가들에게 판로를 확보해주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전통칡한우협의체가 롯데마트와 올해 추석선물세트를 시작으로 '칡한우 직거래 연계사업'을 진행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칡한우협의체 회장도 맡고 있는 이기호씨는 "앞으로 홍보에 힘써 어린이들이 우리 전통소인 '칡소'를 젖소로 오인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ㆍ청원= 문준모기자 moonjm@hk.co.kr심혜이 인턴기자(중앙대 정외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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