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승승장구하는데 이해찬 전 총리가 한몫 했다”며 이 전 총리를 사실상 배후로 거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변 전 실장 의혹에 이 전 총리가 관련이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사실 오래 전부터 정가에 돌아다녔다. 이것을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11일 논평을 통해 공개 언급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 정책위의장이었던 이 전 총리는 당 정책위 수석 전문위원인 변 전 실장을 처음 만났다.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은 정책위의장을 실무적으로 보좌하는 자리로 공무원들 사이에는 승진이 보장되는 자리로 꼽혔다. 변 전 실장은 이후 기획예산처로 복귀, 기획관리실장과 차관으로 고속 승진했다.
그 당시 민주당 관계자는 12일“정책위 수석전문위원은 고생하는 자리인 관계로 친정에 돌아갈 때 집권당이 당연히 승진시켜 보낼 의무가 있었다”며 “특히 변 전실장은 일을 아주 잘했다는 평을 받아 그럴 만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 관계는 이 전 총리가 2004년 6월 ‘실세총리’가 되면서 다시 이어졌다. 변 전 실장은 기획예산처 차관 및 장관이었다. 총리실에서 일했던 한 고위 관계자는 “깐깐하기로 유명한 이 전 총리가 변 전 실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일을 잘하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관심이 각별했다”고 말했다.
미술에 대한 취미도 공통점이다. 변 전 실장은 개인 화실까지 갖출 정도고, 이 전 총리도 정치권에서는 드물게 미술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총리가 3월 신고한 재산목록에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작품 1점과 권오실, 조순 작가의 서예작품 3점과 정승주 작가 등의 그림 10점이 올라 있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이날 변 전 실장과의 관계에 대해 “밑에서 일한 장ㆍ차관들이 100명도 넘는다. 정책적으로 공적인 관계를 맺었을 뿐”이라며 “한나라당이 집요하게 연결하려 하는데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배후’의혹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이를 대선용으로 계속 활용하면 역효과가 나고, 국민의 수준이 높아 음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전 총리는 시중에 신정아씨 문제가 흘러나왔을 때 “누군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핵심 측근은 전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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